- 대금 미정산 가능성 우려감 확산

홈플러스를 인수해 경영해 온 MBK파트너스가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납품사들이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 개시로 금융채무 이자 비용 등 지출이 유예돼 납품 대금을 포함한 상거래채권 지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지만, 업체들은 담보도 없는 상태에서 전처럼 정상 납품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난 8일 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장의 라면 매대 곳곳이 빈 모습. 연합뉴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오뚜기와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은 홈플러스에 일시 중단했던 납품을 재개했으나 롯데칠성, 팔도, 동서 등은 여전히 납품하지 않고 협상 중이다.

홈플러스는 대형마트 중에서 정산 주기가 길다. 기업별로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상품을 납품받고 45∼60일 뒤 계산한다. 이마트는 평균 25일 내외로 정산하고 롯데마트의 정산 주기도 이와 비슷한 20∼30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가량 긴 셈이다.

납품사들은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기존 계약보다 정산 주기를 앞당겨 달라고 요구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에 이어 홈플러스의 급작스러운 회생 신청으로 신뢰가 무너졌다. 자산이 동결돼 미정산 시 받아낼 방법도 없으니 ‘선입금’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회생 절차 개시에 따라 채무 조정 대상이 될 금융 채권 규모는 약 2조 원이다. 매달 도래하는 납품 대금과 점포 임차료, 임직원 급여 등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는지도 불투명하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나간 상거래 채권 규모를 보면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 측은 “임직원 월급과 건물 임대료, 전기·수도료, 금융 이자 비용을 제하면 통상 한 두 달에 1000억 원이 남는다”며 “여기에 회생개시로 이자 지출이 유예됐고, 건물 임대료(연간 3400억 원)도 재조정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홈플러스 매장 영업이 정상화됐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MBK가 어음 부도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바람에 신뢰가 추락한 만큼 대금 지급에 불안감을 느낀 업체들이 납품을 꺼리면 매출이 곤두박칠쳐 목표한 현금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