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접는 폰서 전기차까지…스페인 물들인 中 ‘레드테크’

바르셀로나 ‘MWC 2025’ 성료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 입력 : 2025-03-09 18:41:31
| 본지 16면

- 화웨이, 5.5G 통신기술 상용화
- 샤오미 ‘괴물 카메라폰’ 등 공개
- 美제재 뚫은 기술력 전세계 주목

스페인 현지 시각으로 지난 3~6일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는 ‘레드테크(Red Tech)’ 굴기(崛起)의 장으로 평가된다. 레드테크란 중국의 최첨단 기술을 뜻하는 말이다. 미국의 대(對) 중국 제재를 오히려 기회로 바꾸고 산·학·연 역량을 모아 끌어 올린 중국 기술력을 의미한다.

MWC는 통신사업자 전시회였지만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등 첨단 ICT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미국 소비자 가전전시회(CES)와 성격이 비슷해졌다. 화웨이 샤오미 같은 중국 테크기업들은 매년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 참가하는 대신 MWC에 대거 참가해 기술력을 과시한다. MWC는 CES, IFA(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매년 9월 개최)와 함께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스페인 현지 시간으로 지난 3~6일 열린 ‘MWC 2025’의 화웨이 전시 부스. 한국화웨이 제공

■화웨이, 성공 사례 공개

화웨이는 이번 MWC 2025에서 ‘지능형 세상의 가속화(Accelerating the Intelligent World)’라는 주제로 전시 부스를 꾸몄다. 화웨이는 전시장인 피라 그란 비아(Fira Gran Via) 홀 1에서 최신 제품과 설루션을 선보였다. 화웨이 부스는 밤하늘을 화려하게 밝히는 수많은 인텔리전스를 상징한다. 이 회사는 개인 가정 기업을 위한 디지털 인프라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혁신, 고객, 파트너와 함께 만들어낸 사례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이미 여러 선구적인 통신사가 5G-A 상용화를 시작했고 이미 전 세계 200개 이상의 도시에서 사용자를 위한 5G-A 패키지를 출시했다”면서 “중국 유럽 중동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통신사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혁신적인 경험 수익화 모델을 모색하고 사용자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연결성에서 경험으로 초점을 전환함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통신사 수익을 증대시킨다”고 강조했다.

5G-A(5G 어드밴스드) 또는 5G+, 5.5G로 불리는 차세대 5G 통신은 5G와 6G 중간 단계의 통신 기술이다. 5G 속도보다 10배 빠른 최고 10 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를 구현해 AI 로봇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통신 환경이다.

화웨이는 또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폴더블폰 ‘메이트(Mate) XT’, 피트니스 관리 장비, AI 영상 제작 기술 등 첨단 기술과 제품을 공개했다.

화웨이에서 독립한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아너는 로봇 강아지 ‘루나’, 가드 로봇 ‘이보’ 등 소형 로봇, 빠른 셔터 속도를 가진 스마트폰을 전시했다. 화웨이의 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였던 아너는 미국이 화웨이 제재에 들어가자, 2020년 중국 선전 지방정부 컨소시엄에 매각된 바 있다. 아너는 또 AI에 향후 5년간 100억 달러(약 14조6000억 원)를 투자한다. 리젠 아너 CEO는 이번 전시회에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사용자 경험 변화에 초점을 맞춘 AI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것으로 시작해 PC 태블릿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AI 생태계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너는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과 협력해 스마트폰에 AI 기능을 제공한다. 딥시크 R1 모델을 가상 비서 겸 검색 엔진 요요(Yoyo)에 통합했다.

■샤오미, 폰과 전기차 공개

샤오미가 자체 개발한 첫 전기자동차 ‘SU7’을 공개하는 모습. 샤오미 제공

샤오미는 신제품 ‘샤오미 15시리즈’를 전격 공개했다. 여러 공개 제품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모델은 ‘샤오미 15 울트라’였다.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한 이 제품은 외양도 카메라처럼 보이고 강력한 카메라 성능을 자랑한다. 샤오미는 이 제품의 탈착식 카메라 그립을 강조했다. 탈착식 엄지 받침대, 셔터 버튼, 밝기를 조절하는 다이얼, 줌 레버 등으로 구성된 이 그립을 끼우면 스마트폰을 순식간에 카메라로 바꾼다. 샤오미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정점’이라고 설명했다.

샤오미는 또 자체 개발한 첫 전기자동차 ‘SU7 울트라’도 공개했다. 5분 충전으로 200㎞까지 주행하고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0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게 샤오미 설명이다.

중국 업체들이 서유럽 요충지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에서 대거 신제품과 설루션을 공개한 것은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대신 유럽 시장을 파고들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샤오미와 독일 라이카 카메라와의 협업도 이 목적으로 보인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 테크 기업들의 기술 진보 속도가 점차 빨라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바탕으로 현재 제품 기능에서 가격까지 대폭 낮추면 큰 일”이라고 말했다. MWC 2025를 방문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5일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가 워낙 급성장하고 있다고 해 전시 부스를 방문했는데 ‘이거 굉장하다’란 생각에 놀랐다. ‘우리가 정신 차리지 않으면 쉽지 않겠다’가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