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고리원전 인근 송전탑. 국제신문 DB

국내 생수 시장 점유율 1위 삼○○는 제주와 다른 지역 간 가격이 다릅니다. 삼○○가 제주에서만 취수할 수 있는 물이어서 그런데요. 내륙에선 보통의 생수보다 비싼 편이지만, 제주에선 제법 싼 가격에 판매됩니다. 제주 여행을 간 관광객이 편의점에서 삼○○를 사려다가 가격을 보고 깜짝 놀라기도 하죠.

삼○○에 ‘차등요금제’가 적용되는 데는 물류비 영향이 큽니다. 제주에서만 구할 수 있는 물이니, 바다를 건너야만 내륙에서 맛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특별히 불공정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습니다.

반대의 상황도 있죠. 요즘 택배 주문 참 많이들 하시잖아요. 물건값에 택배비를 얹어서 치러야 우리가 구매한 제품을 받을 수 있는데요. 다들 보셨을 겁니다. 제주로 배송할 때는 추가 택배비가 붙는다는 것. 제주도민으로선 다소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죠. 하지만 이미 통용되는 가격입니다. 이 역시 제품이 바다를 건너가야 해서 그렇습니다. 물류비가 늘어나는 거죠.

물론 어디서든 만들 수 있는 공산품 가격에 차등을 둘 수는 없겠죠. 하지만 동남아에서만 자라는 열대 과일을 우리 집 앞 시장에서 똑같은 값에 사 먹을 순 없습니다.

자, 이제 전기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전력자급률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 지역에서 필요한 전기를 스스로 얼마만큼 생산하는지를 나타낸 비율입니다. 예를 들어 전력자급률이 100%면 딱 필요한 양만큼 정확하게 전기를 만든 겁니다. 그러지 않고 50%면 쓰는 양의 절반만, 150%면 50%나 초과해서 전기를 생산한 것이죠.

서울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바로 이 전력자급률이 문제입니다. 지난해 부산의 전력자급률이 또 169.8%로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한 건데요. 반면 서울은 여전히 11.6%밖에 안 돼 부산과 수도권 간 ‘전력 공급-수요 불균형’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원전 도시’ 부산은 지난해 3만7096GWh의 전기를 생산해 2만1851GWh를 썼습니다. 남은 전기는 수도권 등에 보내줬죠. 서울이 겨우 5816GWh만 전기를 만들어, 무려 5만352GWh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부산의 발전량은 서울의 6.4배에 달합니다.

부산지역 전력자급률은 2022년 216.7%까지 치솟아 전국 최고치에 이르기도 했는데요. 그나마 지난해 10월 고리원전 3호기가 ‘계속운전’ 준비를 위해 가동을 임시 중단하면서 일시적으로 낮아졌습니다.

전기 역시 생수의 물류비와 마찬가지로 송전·배전비용이 따로 필요한데요. 부산의 전기를 서울로 보내려면 부산에서 바로 사용할 때보다 훨씬 돈이 더 드는 겁니다. 그런데 그동안 전기요금은 어느 지역 주민이든 차등이 없었죠. 부산을 비롯해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은 원전과 화력발전 등에 따른 위험·오염 부담을 안으면서도,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송전·배전비용까지 똑같이 내는 셈이죠.

결국 오랜 진통 끝에 전기 차등요금제가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입니다. 그러나 방식을 두고 논란이 계속됩니다. 전국을 수도권·비수도권·제주로 3분할해 요금을 다르게 매기는 것이 고려되는데요. 이러면 ‘전력을 많이 생산하는 지역에 전기요금을 더 낮게 책정한다’는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없다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차등요금제는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등 제조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옮기도록 유인해 균형발전을 이루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획일적 3분할 요금제는 문제가 많겠죠. 주민과 지역의 오랜 고통에 대한 보상도 적절히 이뤄져야 합니다. 제도 시행 전 더 세밀하고 꼼꼼하게 따져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