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대표 기업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수주전 승부가 조만간 결판난다. 7조8000억 원짜리 사업 승자는 국내 군함 건조 주도권을 쥐는 것은 물론 미국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수주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3세’인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수주전을 주도한 만큼 승패는 이들의 입지와도 직결된다.
1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강환석 방사청 차장은 이날 오후 방위사업기획관리 분과위원회를 열고 ‘KDDX 사업추진방안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심의했다. 분과위 결과는 다음 달 초 김선호 국방부 장관직무대행(차관)이 위원장을 맡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확정한다. 방사청은 방추위 결정이 남은 만큼 분과위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약 7조8000억 원을 투입해 6000t급 최신형 이지스함 6척을 확보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개념설계는 2012년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 기본설계는 2023년 HD현대중공업이 수행했다.
이날 분과위에 이목이 쏠린 것은 계약 방식 결정에 따라 KDDX사업을 수주할 방산기업도 정해지기 때문이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등 네 단계로 이뤄진다. 통상 기본설계를 한 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맡는다. 이에 수의계약을 하면 HD현대중공업이 사업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양사 갈등으로 이미 1년 이상 사업이 지연된 것도 수의계약에 무게를 두는 근거다.
반면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이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한 불법을 저질렀다며 경쟁입찰을 요구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3년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한 KDDX 개념설계도를 몰래 촬영한 사실이 드러났고 당시 직원들은 2023년 11월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공동설계 및 선도함 동시건조’ 방안도 거론하지만, 방사청은 책임 소재 불분명, 사업 지연 장기화 등에 대한 우려로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