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소재인 ‘고밀도 폴리 에틸렌(HDPE)’을 활용해 만든 어선이 부산 천성항에 모습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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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친환경 소재인 ‘고밀도 폴리 에틸렌(HDPE)’을 활용해 만든 어선인 ‘카이브 3호’.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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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는 21일 오전 11시 현지에서 ‘카이브 3호’ 진수식을 갖는다고 20일 밝혔다. 해수부와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관계자 등이 참석한다. 행사는 사업 추진 경과 보고, 시승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현재 우리나라 어선의 97%가량은 가격이 싸고 성형이 쉬운 섬유강화 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건조 과정에서 다량의 분진과 악취가 발생하는 데다 수명이 다한 어선은 소각·폐기해야 하므로 해양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해수부는 환경친화적인 HDPE 소재 어선 건조를 위해 지난해 8월 ‘폴리에틸렌선의 구조 잠정 기준’을 제정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이어 연구개발(R&D) 사업을 통해 용접 등 HDPE 소재 선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다.
HDPE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의 한 종류다. 선박 건조 때 분진이나 악취 발생 우려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또 부식이 안 돼 미세플라스틱이 생기지 않으며 재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 노르웨이 등 주요 국가에서는 지난 2010년께부터 HDPE를 이용해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선박 건조 과정에서 나오는 분진 등을 최대한 줄여 해양 환경을 보호하자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어서다.
이번에 진수하는 카이브 3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HDPE 소재 어선이다. 성능 시험에서 최대 속력 32노트를 기록했다. 동일 규모의 섬유강화 플라스틱 어선(25노트)이나 알루미늄 어선(30.7노트)보다 뛰어났다. 또 건조 비용도 알루미늄 어선에 비해 약 30% 저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HDPE 소재가 널리 보급되면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 어선 건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해수부 어선안전정책과 측은 “이번 카이브 3호 진수는 어선 건조를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관련 분야에서 신기술과 신소재가 적극 활용되도록 지속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