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한국의 ‘비관세 무역장벽’을 비판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하며 사실상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 정부의 ‘절충교역’과 미국산 소고기 수입 월령 제한 등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대규모 무기를 수입할 때 상대국에게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정책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실무채널 등을 가동해 미국 측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NTE 보고서에 ‘한국 절충교역’ 첫 포함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의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USTR이 매년 3월 31일까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 문서다. 따라서 보고서 발간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각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이번 보고서 내용이 한국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된다.

산업부가 이날 공개한 NTE 보고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보면 USTR은 “한국 정부가 국방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 방위 기술보다 국내 기술 및 제품을 우선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지적했다.

절충교역은 외국에서 1000만 달러 이상의 무기나 군수품, 용역 등을 살 때 반대급부로 계약 상대방으로부터 기술이전이나 부품 제작·수출, 군수지원 등을 받아내는 교역 방식을 의미한다.

미국 방산업체가 한국에 무기를 판매할 때 절충교역 지침 탓에 기술이전 등을 요구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으로 읽힌다. 한국의 절충교역 관련 내용이 NTE 보고서에 들어간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USTR은 2008년 한미 간 소고기 시장 개방 합의 때 한국이 월령 30개월 미만 소에서 나온 고기만 수입하도록 한 것을 ‘과도기적 조치’로 규정하며 “16년간 유지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이 월령에 관계없이 육포와 소시지 등 수입을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USTR은 또 “해외 콘텐츠 공급자가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ISP)에게 네트워크 망사용료를 내도록 하는 다수의 법안이 한국 국회에 제출됐다”며 “일부 한국의 ISP는 콘텐츠 공급도 같이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콘텐츠 제공업자들의 비용 납부는 한국 경쟁자를 이롭게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법안과 관련해서는 “한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미국 대기업과 함께 2개의 한국 기업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수의 다른 주요 한국 기업과 다른 국가의 기업은 제외된다”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개의 한국 기업’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도 USTR은 ▷제약·의료기기 산업과 관련해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 투명성 부족 ▷케이블·위성방송 사업자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외국인 출자 금지 ▷원전에 대한 외국인 소유 금지 ▷등을 문제 삼았다.

●산업부 “실무채널 등 통해 미국과 협의”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무역장벽을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보고서에 망라된 비관세 장벽들이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율 책정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보고서에서 제기된 사안에 대해 관계부처 및 이해 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며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그간 우리 정부는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다른 주요 교역국 대비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적극 설명했다”며 “미국 측과 실무채널 및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위원회·작업반 등을 통해 협의하면서 비관세 조치와 관련한 한국의 진전 노력을 지속적으로 설명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또 “상호관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우리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