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 정부를 향해 “미국이 체결한 기존 무역협정을 우리 이익에 더 부합하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 이후 가뜩이나 재개정 가능성이 제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 연합뉴스

6일 미국 백악관 등에 따르면 USTR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 제출한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 보고서 요약본에서 미국이 체결한 기존 무역협정의 재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USTR은 “무역 조건이 미국의 이익과 부합하도록 하면서 무역 불균형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기존 무역협정을 현대화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조언했다.

현대화가 필요한 분야로는 ▷미국 수출 업체에 대한 관세율 인하 ▷외국 규제 체제의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 개선 ▷미국 농산물에 대한 시장 접근성 개선 ▷원산지 규정 강화 등이 거론됐다.

USTR이 이 문서에서 한미 FTA를 구체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국가에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한국에도 비교적 높은 수준인 25%의 관세율을 부과한 만큼, 한미 FTA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이익’을 더 강조한 USTR의 보고서가 나옴에 따라 한미 FTA 재개정의 신호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한미 FTA와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어떠한 공식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우리나라에 한미 FTA를 딱 찍어서 (재협상해야 한다고)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25% 상호관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대미 협상을 우선 추진 중이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도 지난 3일 ‘제3차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에서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미 협상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FTA가 재개정 수순을 밟는다면 전면 손질보다는 기존 FTA 내 새로운 챕터(조항) 삽입이나 사이드레터(부속서한) 작성 등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이 무관세를 적용하는 공산품 등을 빼고, 미국의 ‘우려 사항’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재협상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USTR은 지난 1일 공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한국과 관련해 ▷디지털 무역 ▷정부 조달 ▷농산물 시장 접근 ▷서비스 ▷약가 등 분야에서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일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