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국 등 주요 교역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협상 시간 확보’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인교(왼쪽 세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상무부 회의실에서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산업안보국 차관, 월리엄 킴밋 상무부 선임고문과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1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은 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이번 유예 조치는 미국 측과의 관세 협상을 지속해 우리 업계에 미칠 영향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여지가 확보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상호관세 등 한미 양국 간 통상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출국해 미국을 방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 대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 애초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율 25%를 부과받았다. 이는 ‘기본관세’ 10%와 ‘상호관세’ 15%로 구성된 것인데, 지난 5일부터 이미 부과된 기본관세를 뺀 상호관세 15%를 90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반면 중국에는 무려 125%의 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 본부장은 “우리 기업의 대중국 수출 및 풍선효과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신속한 대미 협의 등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정 본부장이 언급한 풍선효과는 미국의 관세 장벽으로 대미 수출길이 막힌 중국산 제품이 한국과 주변국으로 덤핑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그는 전날 이뤄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관세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우호적 모멘텀(동력)이 형성되고 협상을 위한 큰 틀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미국과의 협상은 단판 승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속적인 대화와 끈질긴 설득, 민관의 노력 등이 어우러져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이번 방미를 통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윌리엄 키밋 상무부 선임고문(국제무역 차관 내정자), 제프리 케슬러 상무부 국제결제은행(BIS) 차관 등 미국 정부 주요인사와 만나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본부장은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한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하고, 한국에 대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중심으로 미측과 협의했다.

그는 “이번에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미 관세 조치 등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한 미국과의 협의를 지속하고 우리 업계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