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과 재계에서 상속세 개편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대한상공회의소는 상속세를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이란 경영권과 관계되는 주식 상속에는 상속세 대신 자본이득세를 적용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권 주식 상속세 개선방안. 대한상의

대한상의는 ‘기업 지속을 위한 상속세-자본이득세 Hybrid 방식 제안’을 통해 “현행 상속세는 기업의 승계를 단지 부의 대물림으로 인식했던 시대에 도입되어 최대 주주 할증 평가 등 주식에 대해 상속세를 중과세하여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라면서 “기업 승계와 관련된 주식 등을 상속할 때는 승계취득 시점이 아닌 향후 매각 시점에 세금을 부과하는 자본이득세를 일부 도입해 ‘부의 재분배’와 ‘기업의 계속성’을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상속세-자본이득세 Hybrid(결합)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자본이득세는 유산을 받는 때가 아니라 앞으로 매각할 때 가격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업 주식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처분하기 곤란하고 비상장 주식은 거래가 어려워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상속 즉시 세금을 부과해 주식을 팔도록 하기보다는 세금 납부 시기를 처분 시점으로 미루어 기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기업 승계 부담 개선을 위한 상속세-자본이득세 하이브리드 형태로 ▷납부 시점별 ▷과세 대상별 ▷상속 가액별 등 3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납부 시점별 방식은 피상속인 사망 시점에 최고 30% 상속세를 적용하고 이후 주식 매각 시점에 20%의 자본이득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방식이다. 과세 대상별 방식은 부동산, 채권 등 경영권과 무관한 재산에는 현행 상속세(최고세율 50%)를 적용하고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에는 자본이득세(세율 20%)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상속 가액별 방식은 체 상속재산 중 기준 금액(600억 원) 이하 분은 현행 상속세를 적용하고 600억 원 초과분은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 상속세는 최고세율(50%)과 최대 주주 할증 평가(20%)가 적용된다. 세 부담이 커 기업의 계속성이 단절되고 투자·성장 약화, 주주환원 제약 등 경제 역동성이 저하된다는 게 대한상의 주장이다. 상속세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하는 해외 사례도 적지 않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에 달하고,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국가는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내용으로 한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총유산 규모가 아니라 각 상속인이 받는 재산 규모에 기반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인적공제의 경우 일괄공제는 폐지되고 자녀 등 직계존비속에는 5억 원, 형제 등 기타 상속인에는 2억 원이 적용된다.

현행 면세점(10억 원)을 고려해 최소 10억 원의 인적공제를 보장해 주는 최저한이 신설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개정 상속세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이 배우자 상속세 폐지를 추진 중이고 더불어민주당도 이에 구두로 동의한 상태이지만 당내 반발이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