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고강도 관세 정책으로 어려움에 빠진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9조 원의 정책자금을 추가로 공급한다.

대미 수출기업을 위한 ‘품목분류 상담센터’를 관세청에 개설하고, 관계부처를 아우르는 협업체계를 구축해 관세 장벽에 대응한다.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의 물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위장 대미 수출도 차단한다.

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공급망 안정화 펀드’ 1조 원 조성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미 관세부과 조치에 따른 거시경제 영향 등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비상 상황에 맞는 과감한 지원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할 것”이라며 “‘통상현안 관련 범정부 국내대응 TF’도 신설해 관세 피해 분야에 대한 점검과 대응을 논의하고 무역·산업·공급망 변화 등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을 통해 연 9조 원의 수출금융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을 신설해 중소·중견기업에 3조 원을 공급하고, 금리도 최대 2%포인트 인하해 적용할 계획이다.

기업이 위기에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체시장 개척을 지원하는 ‘수출다변화 프로그램’도 1조 원 규모로 신설한다.

이와 별개로 1조 원 규모의 ‘공급망 안정화 펀드’도 상반기 중 조성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미 수출기업이 현장에서 겪을 수 있는 관세행정 애로에 대해서도 맞춤형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관세청은 한-미 관세당국 간 협의채널을 통해 실무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 기업에 필요한 관세행정 정보를 신속히 입수해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관세 품목분류 상담센터’ 개설, 대미 수출품 품목분류 사전심사 ‘패스트트랙’ 도입 등 맞춤형 지원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정부는 해외수주가 동력(모멘텀)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책 노력도 강화한다. 올해 목표로 정한 연간 500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주요 프로젝트를 지속 점검·관리하고 수주시장 다변화 등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제협력과 연계해 수주를 촉진하고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는 등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를 적극 공략해 나갈 예정이다.

●관세청 “위장 대미 수출 차단”

한편 관세청은 이날 회의에서 ‘관세행정 대응 전략’을 별도로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대미 수출 중소기업 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부처 간 협업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특허청·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등으로 구성된 수출기업지원 원팀에도 참여해 범부처 비상수출대책 이행에 힘을 보탠다.

대미 수출품의 관세부과·징수·통관을 담당하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다음 달 8일 열리는 한미 관세당국 협력회의 등 채널을 총가동해 미국 관세정책의 세부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특히 우리나라보다 높은 상호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의 물품이 한국산으로 둔갑하는 위장 대미 수출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수출신고 오류를 정정할 때 부과하는 ‘오류점수’를 면제하고 철강제 물품에는 수출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수출기업의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기업 등 경제 주체들과 긴밀히 협력해 대외리스크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