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반발 등에 관세정책 속도조절
- 美 “최선 제안을” 빠른 협상 압박
- 韓 비관세장벽 해소案 등 준비중
- 반도체·스마트폰 불확실성 여전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무차별적으로 추진돼 온 관세 정책이 최근 완화 기조를 보이면서 미 정부가 중국 반발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등을 고려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국과 고위급 협상에 착수하는 등 관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총력 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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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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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세 장벽’ 해소 로드맵 제시
15일 관계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일시적인 관세 면제를 검토하는 특정한 물품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나는 자동차 업체 일부를 돕기 위한 무언가를 검토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동차에 대한 관세(25%) 부과는 이미 지난 3일 시작됐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같은 날 블룸버그TV 인터뷰를 통해 다음 주 한국과의 무역 협상을 예고하면서 “한국 등 상대국들이 가져오는 ‘최선의 제안’에 따라 (상호관세 관련 무역) 협상이 매우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선트 장관은 “상호관세 유예 기간(90일)에 한국·영국·호주·인도·일본 등 5개국을 ‘최우선 협상 목표’로 삼겠다”고도 밝혔다. 이런 발언은 중국의 거센 맞대응과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 추진 동력이 다소 완화된 게 아니냐는 평가 속에서 나왔다.
이런 기류에 맞춰 우리 정부는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한국에 상호관세 부과 명분으로 삼는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총력을 쏟으며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미 간 무역 균형’ 추구와 비관세 장벽 해소 노력 등을 함께 담은 로드맵을 미국에 제안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된다. 로드맵에는 미국산 가스·원유·농산물 등의 구매를 늘리는 수입 확대 방안과 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제품의 미국 현지 생산을 늘리는 방안 등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산업부는 이날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다시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미국 고위 당국자들과 만나 대한국 관세 조정 협상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조선 협력과 알래스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 참여 문제도 한국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한국산업연합포럼 초청 강연에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가 한국의 대미 관세 협상 패키지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다”며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재 한미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곧 알래스카로 출장을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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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가운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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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국가 발효 등 불확실성 여전
다만 미국이 한국의 핵심 수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아직 내놓지 않은 상황이어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부과 방침을 언제든 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한국이 협상을 서둘렀을 때 자칫 장기적 국익에 손해가 클 수 있어 일본 등 주요국과 속도를 맞춰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한국 민감국가 지정’ 결정이 예정대로 15일(현지시간) 정식 발효된 것도 국내 과학기술계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한미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으며 한국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과학기술계 일각에서는 새로운 협력을 진행할 때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 양국 간 원자력이나 에너지, 첨단 기술 등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심도있는 협력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안보장관회의’를 가동했다. 경제안보장관회의는 경제부처와 안보부처 간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회의체다.
외교·국방·산업·농림·과학기술·보건복지 등 관계부처가 폭넓게 참여한다. 이를 통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주재하는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이날 1차 회의에서는 미국 측 관심 사항을 중심으로 대미 협상을 준비하기 위한 부처별 역할분담 체계가 논의됐다.
최 부총리는 “최근 정책 환경은 경제와 안보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흐름을 보인다”며 “무역·투자·공급망·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존의 경제 논리만으로는 설명이 어렵고, 안보의 관점이 더해져야 비로소 본질이 보이는 경제안보 복합 문제가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경제안보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을 구체화하고 실행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