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상 당국이 미국 측과 진행 중인 관세 협의와 관련해 다음 달 4일 출범하는 새 정부의 지침을 받아 6월 이후 구체적인 협상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 정부가 오는 7월 8일까지 타결하기로 한 ‘줄라이(7월) 패키지 딜’ 관련 협상은 차기 정부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안덕근(윗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5월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산업부 제공

통상 당국 관계자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22일 미국에서 진행된) 2차 기술 협의 결과를 (차기 정부에) 보고하고 (3차 협의 등과 관련한) 지침을 받을 것”이라며 “6월 일정에 대해서는 차기 정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정부가 협상 시한으로 정한 7월 8일까지) 45일도 채 남지 않은 만큼 (2차) 기술 협의 결과를 관계 부처와 공유하면서 향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우리 업계와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기업들의 우려와 입장이 한미 간 협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을 수석대표로 한 정부 대표단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 무역대표부(USTR)와 미국의 관세 조치와 관련한 제2차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이번 2차 협의에서는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 간 논의가 진행됐다.

이 관계자는 “한미 정부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협의 결과를) 말할 수 없지만 ‘미국의 상호관세와 품목별 관세를 비롯해 향후 부과될 수 있는 품목 관세에 대한 면제가 필요하다’는 우리 측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며 “향후 차기 정부에서 관세 협의가 연속성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국익 최우선 관점에서 협의에 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상 당국에 따르면 이번 2차 협의에서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 담긴 여러 ‘비관세 장벽’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 측의 해결 노력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미국은 지난 3월 최신 연례 NTE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 등을 거론한 뒤 한국에 “미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통상 당국 관계자가 미국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두 달 전 제기한 이들 현안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관계자는 “NTE 보고서 가운데 어떤 사례는 올해 처음 나온 게 아니라 수년간 반복된 사항도 있다”며 “이번 미국 측의 제기 사항에 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바탕으로 우리 입장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협상 시한(7월 8일) 내 (타결이) 가능할지 예측하기가 조심스럽다”며 “시한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모든 국가들이 다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