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핵심 국정과제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위원회가 이번주 출범함에 따라 부처 신설·분할 등 정부조직 개편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역시 핵심은 ‘기획재정부 기능 분리’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이 현실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런 방안을 놓고 ‘부처 경쟁력이나 유기적인 업무 체계 유지 등 차원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경제점검 2차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제공

9일 대통령실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며 국정과제 선정과 정부조직 개편을 추진할 ‘국정기획위원회’는 이번주 후반께 가동될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목요일(12일) 정도에 (국정기획위원회가) 출발한다”고 알렸다.

우선 예산·정책을 비롯해 거시경제 운용 등을 총괄하는 기재부에서 예산 편성 기능을 떼어내는 작업은 사실상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예산을 전담하는 수석급 직책인 ‘재정기획보좌관’을 대통령실 내에 신설한 것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앞서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집 등을 통해 “경제 정책 수립·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재부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근저에는 ‘기재부 권한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판단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은 지난 4월 기재부를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분할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면서 “기재부에 예산·세제·국고 등 기능이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 예산 편성 기능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조직 분할에도 수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는 오 의원의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관련한 비용 추계서에서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는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476억5300만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연평균 95억3100만 원 수준이다.

산업·통상·에너지 분야를 총괄하는 산업부의 경우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따른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공약인 기후에너지부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정책을 아우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산업부가 맡고 있는 에너지 정책과 환경부의 기후 관련 분야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신설된다. 기후에너지부가 출범하면 이 대통령의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인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 등 정책 추진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조직 개편의 쟁점은 따로 있다. 산업부 내 통상교섭본부 분리 여부다. 통상교섭본부는 계엄·탄핵 정국 속 국가 리더십 부재 상황에서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을 담당해왔다. 정치권과 관가 일각에서는 이러한 통상 기능을 산업부에서 분리해 독립적인 위상을 가진 조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산업부에서 에너지 기능뿐만 아니라 통상 기능까지 떼어낼 경우 자칫 부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치권과 관가 안팎에서는 대통령실 내에 ‘통상수석비서관’(가칭)을 새로 만드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