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교전에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자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비롯한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4%대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내 기름값도 상승 압력을 받게 됐다.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가격 안내문.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합뉴스

17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장 대비 3.07달러(4.28%) 급등한 배럴당 74.8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월 하순 이후 종가 기준 최고치다.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전장 대비 3.22달러(4.40%) 오른 76.45달러에 장을 마쳤다. 역시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전날 유가는 이란이 이스라엘과의 휴전을 모색 중이라는 보도에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중동 교전에 대한 미군의 개입 가능성과 이란 최고지도자를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개 위협이 불안감을 키우면서 유가는 상승 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이른바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서 “그는 쉬운 표적(easy target)이지만 거기서 안전할 것이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살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란이) 민간인이나 미군을 겨냥해 미사일을 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우리의 인내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시장은 이란이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거나 이곳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거나 무력 충돌이 중동 전역으로 확대되면 심각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비교적 하향 안정세를 보여 온 국내 기름값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국제유가 흐름은 통상 2, 3주가량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반영된다.

한국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 공시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서울 소재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16일 오전 10시 30분 기준(ℓ당 1705.98원)으로 전일 대비 9.46원 올르며 1700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