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소고기·알래스카LNG 압박
- 트럼프 유예 연장 결정할 수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진행된 한미 고위급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이 한층 구체화된 요구를 우리 측에 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고기 수입 규제 완화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 요구 등이다. 본궤도에 오른 양국 간 협상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인 다음 달 8일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24일 경기도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에 출고 대기 중인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22~27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비롯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더그 버검 미 국가에너지위원회 의장 겸 내무장관,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 등과 잇따라 면담을 갖고 관세를 비롯한 주요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이번 협의를 통해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등에 대한 입장을 좁혀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미국은 대한국 관세를 조정하기 위해서는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를 확대해 균형 무역을 도모하는 한편, 수입 소고기 월령제 규제나 구글 정밀지도 반출 제한과 같은 ‘무역 장벽’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세 협상의 본류에는 들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알래스카 LNG 개발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정한 상호관세 협상 시한(오는 7월 8일)을 앞두고 미 정부의 요구가 더 구체화하면서 우리 정부가 관세 철폐나 최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의 요구 사항 중 어느 것을 수용하고, 어떤 것은 지킬지에 관한 결단의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농산물부터 정보기술(IT), 제조업 분야에 이르는 여러 이슈를 놓고 국내 이해관계자 간 견해차가 첨예하다는 점에서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설득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사업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등의 문제는 대통령 수준의 결단 영역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당초 7월 8일로 예고된 협상 시한이 다소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미국 백악관도 지난 26일(현지시간) “다음 달 8일까지인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더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그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내릴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ITA)은 지난 26일 “25% 관세를 내야 하는 자동차부품의 범주에 새로운 부품을 추가할 수 있는 절차를 지난 24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자동차부품 업계에 추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