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부지 공사 수행을 위한 업체 선정 작업이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또 수장이 새로 지명된 다른 부처와 달리 국토교통부는 제1차관만 바뀌었을 뿐 장관과 항공 정책을 담당하는 제2차관은 아직 거론조차 되지 않은 상태여서 언제 후속 일정이 나올지도 예측이 힘들다. 공사 지연이 불가피해지면서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질 전망이다.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일대.

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토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원칙만 고수하면서 뚜렷한 업체 선정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수의계약 대상이었던 현대건설이 공기를 84개월에서 108개월로 늘려 달라는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참여 포기를 선언한 후 다른 업체 물색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17일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8개 사와 비공개 모임을 했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업계 의견을 수렴했다. 이어 6월 말에는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등 5개 사와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할 때 국토부가 이른 시일 내에 향후 일정을 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현대건설 컨소시엄에서 두 번째로 지분이 많았던 대우건설(18%)을 주간사로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의계약을 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또 84개월을 고수한 채 재공고를 할 것인지, 공기를 늘려 재입찰을 할 것인지에 대한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에서는 새로운 국토부 장관과 제2차관이 임명되지 않은 것이 업무를 더 늦추는 요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사회에서는 공사를 맡을 업체 선정 방법조차 정해지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장관과 제2차관이 바뀐 뒤 수의계약 또는 재공고나 재입찰이 되더라도 사업 지연을 피할 수가 없는 까닭이다. 게다가 공기를 연장해 입찰한다 하더라도 바다와 육지에 걸쳐 건설되는 공사의 어려움 등을 들어 건설사들이 참여를 피하거나 1개 사만 응찰해 경쟁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업체 선정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만큼 국토부가 빠르게 후속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공사가 기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사업이 좌초될 우려가 크다며 하루라도 빨리 업체를 선정해 착공해야 2029년 12월 말 개항이라는 목표에 최대한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에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와 직결된 핵심 국책사업”이라며 “지금까지 과정을 면밀하게 살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은 뒤 신속하게 사업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가덕도신공항 건설 사업을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반영해 줄 것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