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립웨이·특허소송 탓 사업 지연
- 현행법상 파고 높으면 운행 금지
- 차체 복원성 등 안전문제 보완해
- 광안리 등 해상운행 콘텐츠 숙제
29일 오전 11시 수영만요트경기장 우측 공터에는 아이비해양관광에서 제작한 수륙양용버스가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차체에는 버스처럼 바퀴가 달려 있고, 후면 하단에는 배에서 동력을 얻을 수 있는 프로펠러도 설치돼 있다. 탑승구에서 내려온 계단을 타고 올라가자 내부가 드러난다. 아직 내·외부 디자인과 인테리어가 안 된 상태인데, 향후 의자도 설치되고 멋진 디자인의 도색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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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버스와 항해사 면허를 함께 가진 운전자가 수륙양용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이 버스에는 육상용 운전대와 수상용 조타대 등 2개의 운전대가 있다. 박호걸 기자 |
운전석에는 육상에서 운전할 수 있는 운전대와 브레이크 등이 설치돼 있다. 운전석 우측에는 또 하나의 운전석이 있는데, 버스가 수상에 진입했을 때 사용하는 조타 장치다. 운전자 A 씨는 “수륙양용버스를 운전하려면 버스 면허는 물론, 항해사 면허도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취재진이 탑승을 마치자 승무원이 조이스틱을 작동해 계단을 선내로 거둬들인다. 이후 4개의 잠금장치를 잠가 문을 폐쇄한다.
수영만요트경기장을 달리던 수륙양용버스는 마침내 슬립웨이(선박 진수 경사로)를 통해 부산 앞바다로 첨벙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약간 왼쪽으로 쏠리는 듯했지만 이내 중심이 잡힌다. 수륙양용버스 뒤쪽에 설치된 계단을 타고 선상으로 나가자 마린시티의 마천루와 광안대교가 눈에 들어온다. 잠시 눈을 감자 한껏 멋을 내고 선상에서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떠오른다.
수륙양용버스는 1992년 처음 추진된 사업이다. 당시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됐는데, 부산해수청의 반대와 IMF 등으로 사업이 1차 중단됐다. 이후 2005년 부산시가 해양관광 활성화를 위해 다시 사업안을 꺼내 들었지만, 2009년 업체 자금난 등으로 다시 무산됐다. 이후 2020년 4월 시가 ‘(신)부산해상관광 교통수단 도입 타당성 및 실행계획 용역’을 통해 세 번째 도전이 시작됐다.
이후 시는 2021년 아이비해양관광을 운영사로 선정하며 2022년 운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지만 슬립웨이 설치 문제 등 각종 문제로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특히 사업 공모에 참여했던 경쟁사가 사업자 선정 결과에 반발하며 소송을 건 것이 컸다. 경쟁업체는 아이비가 자신의 기술을 베꼈다며 특허심판을 제기했는데, 경쟁업체가 승소하며 소송이 장기화했다. 그러나 지난해 경찰 수사 결과 경쟁업체 대표가 아이비의 제작공정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아이비는 경쟁업체를 상대로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고, 지난달 법원이 아이비 측의 손을 들어줬다.
우여곡절 끝에 사업이 본격화하며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기대를 모으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 먼저 경제성 측면에서의 매력성을 보완해야 한다.
현재 수상 코스는 APEC 누리공원에서 수영강 상류로 향해 좌수영교 등을 거쳐 되돌아 오는 약 4~5㎞ 거리다. 이 자체로 관광객에게 어필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수영교 밑으로 넘어가면 광안대교와 해운대 마린시티 등을 조망할 수 있지만 규제에 막혀 있다. 법적으로 수륙양용버스는 내수면이나 평수(너울 1미터 이하의 낮은 파고의 물)에서만 운항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수륙양용버스 운영 중 가장 중요한 건 복원성(復元性)이다. 복원성은 선박이 외부의 힘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기울어지려고 할 때, 이에 대항하여 더 이상 기울어지지 않거나 제자리로 돌아가는 성질이다. 그런데 수륙양용버스는 차고는 높은 반면, 차폭은 육상 부분을 운행할 때 도로 폭을 고려해야 하므로 복원성 확보를 위해 차폭을 무한정 넓힐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김동찬 관광자원팀장은 “이번에 새로운 해양 관광 콘텐츠가 마련된 만큼 이곳이 잘 되면 향후 낙동강까지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 접이식 날개 등 기술적 보완을 통해 복원성을 더 확보한다면 앞으로 광안리 앞 바다까지 나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안전하면서도 매력적인 해양 관광 콘텐츠를 위해 앞으로도 운영사와 함께 지속적으로 연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