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진 회장 “서울서 제 역할해야
- 긴 혼란 견딘 직원께 위로 전해”
- 행정절차도 끝냈는데 지정 해제
- 시민에 납득 가능한 설명 필요
- 내년 지방선거까지 논란 불가피
한국산업은행 박상진 신임 회장이 “산은은 금융중심지 서울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전 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은 부산 이전 ‘불가’ 입장을 밝히고, 신임 산은 회장이 보조를 맞추면서 산은 본사 부산 이전은 백지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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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왼쪽)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본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애초 불가능한 약속”
박 회장은 지난 15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직원을 대상으로 전한 메시지에서 “지난 3년간 부산 이전 논의와 추진 과정에서 많은 직원 여러분이 큰 상처를 겪으신 것으로 안다. 긴 시간의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며 각자의 책임을 다해주신 여러분께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은 산업은행 이전은 지난 정권의 ‘불가능한 약속’이었다고 언급했고, 30여 년을 산업은행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우리는 금융중심지 서울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에 동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이전 공공기관 대상 지정에서 산업은행이 해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으며, 노동조합과 직원 여러분도 함께 힘을 모아 주길 바란다”며 “대내외 환경과 은행의 현안 등을 고려해 우리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부산 이전과 관련한 임직원 간의 갈등을 없애고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지난 9일 임명됐지만,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가 아닌 모처에 마련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해왔다. 산은 노조가 ‘본점 부산 이전 철폐’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하면서, 박 회장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박 회장이 노조 요구안을 수용하면서 이날 첫 출근과 함께 취임식도 열렸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진행한 취임식에서도 산은 본사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통한 대한민국 금융의 생산적 금융 전환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지방산업 체질 개선 ▷전통산업에 대한 생산성 제고 ▷산업구조 재편 지원 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 대통령의 중앙대 법대 동기로 산은에서 준법감시인을 역임하는 등 30여 년간 재직한 정통 ‘산은맨’이다. 1954년 산은 설립 후 내부 출신이 회장에 임명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다.
■백지화 수순,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
이 대통령 뜻과 박 회장의 입장을 감안하면 산은 본사 부산 이전 백지화는 예정된 수순이다. 2023년 5월 3일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지정·고시된 산은은 2년 4개월 만에 해제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미 행정 절차가 완료된 지방 이전 공공기관을 백지화하는 만큼 부산 시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도 높다. 산은 이전을 놓고 전·현 여권 세력이 수년간 지루한 공방을 벌였고, 결국 부산만 피해를 본 셈이 됐기 때문이다.
산은 이전이 백지화돼도 정치적 논란은 내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여전히 산은 본사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여권은 ‘해양수산 3대 기관’ 부산 설치를 대안으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산은 본사 이전 무산 책임론’과 ‘대안 효과론’을 둘러싼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