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연구진이 허리를 숙이지 않고 선 자세에서 수박을 키울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농가의 힘든 작업 과정이 줄어드는 반면 수확물의 품질은 더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앞으로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대 원예생명과학과 안성광 교수진이 개발한 ‘수박 고상 재배 장치’를 이용해 농업인들이 일을 하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19일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부산대 원예생명과학과 안성광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과 ‘수박 고상 재배 장치’ 현장 실증 사업을 전국 4개 권역(경남 창원·전북 고창·경기 안성·충북 제천)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2025년 농업 기술 산학 협력 지원 사업’의 하나로 뽑힌 바 있다.

수박은 재배하기가 아주 까다로운 작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허리 숙임이 반복되는 까닭에 고령 농업인에게는 엄청난 부담을 준다. 현장에서는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별다른 고충 해소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농진원은 부산대에 연구를 의뢰, 기존 재배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는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냈다. 허리 높이의 틀에서 수박을 키우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수정, 약제 살포, 수확 등 모든 과정에서 농업인이 선 상태에서 일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팜 센서 기술’을 접목해 온도, 습도, 관수 조건, 병해충 환경 자료를 축적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현장별 최적의 재배 조건을 적용할 수 있게 했다.

‘수박 고상 재배 장치’에서 자라고 있는 수박.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제공

농진원과 부산대는 실증 사업에서 이 장치가 기존의 방식보다 성과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0평을 기준으로 할 때 식재 주수(수량)가 450주에서 800주 이상으로 늘었다. 또 수박 중량도 평균 7~8kg으로 균일해 상품성이 향상됐다. 실증에 참여한 충북 제천의 한 농가는 하우스 한 동에서 800만 원 이상의 추가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농업계에서는 수박 재배 분야에 초보 농가나 여성, 고령자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농업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아울러 농업인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도 호평한다. 추가 소득 획득도 기대 요인 중 하나다. 당연히 농업인들의 반응은 아주 좋다.

현재 부산대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민간 기업과 함께 ‘개량형 고상 재배 장치’ 개발에 들어갔다. 2026년까지 현장 지침을 만드는 한편 이 장치가 멜론이나 참외 등 유사 과채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를 검토한다. 안호근 농진원 원장은 “농가에서 효과가 실증된 만큼 상용화 단계로 빠르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농업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우수한 농업 기술을 발굴해 보급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