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자들이 일하는 업체들이 지난 1년간 LH 사업을 대거 수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은 자칫 불공정한 관행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옥.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이 관련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4년 10월 이후 LH 사업을 수주한 업체 91곳에는 LH 퇴직자 48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들 업체가 1년 동안 따낸 사업은 355건, 금액은 8096억 원에 이르렀다.

LH는 2009년 출범했다. 지금까지 4700여 명(연평균 270여 명)이 퇴직했다. 이 수치를 지난 1년간 LH 사업을 수주한 업체들에 대입하면 전체 퇴직자의 10% 가 재직하고 있는 셈이다. LH는 2023년 철근 누락 사태가 발생하자 업체들의 퇴직자 재직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입찰에 불이익을 주고자 지난해 10월 ‘퇴직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공직자윤리법을 바탕으로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 2급 이상 퇴직자 또는 해당 업체에 임원 이상으로 재직 중인 퇴직자 등을 ‘전관’으로 규정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에 재직 중인 LH 출신들은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제재를 피할 수 있었다. 퇴직 후 3년이 지나면 사실상 관리망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불공정 행위로 과징금이나 영업정지 처분 등을 받은 업체들도 제재에 불복하면서 LH 사업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 담합으로 237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축사사무소 20곳 중 3곳에는 LH 출신 38명이 일하고 있었다. 확인되지 않은 나머지 17곳을 조사하면 ‘LH 전관 카르텔’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이에 대해 LH는 전관 재직 규모가 밝혀진 3곳 외에 다른 업체의 사정은 알 수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퇴직자 등록 시스템이 2024년 10월부터 가동된 만큼 그 이후에 수주한 업체에서만 사실 확인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정 의원은 “LH의 공적 역할이 더 강화되었음에도 혁신 의지는 아직도 미흡하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업 현장 곳곳에 포진한 LH 전관 규모를 파악, 부정부패가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