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극동산 뱀장어를 멸종위기종 목록에 포함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한 대책을 찾는 회의를 부산에서 개최했다. 우리나라 내수면 양식산업의 핵심 자원인 실뱀장어를 지켜 어가의 소득 증가를 꾀하기 위해서다. 현재 국내에서 입식되는 실뱀장어의 약 88%는 극동산이다.

뱀장어 치어 방류.

해양수산부는 23일 오후 2시 부산역 회의실에서 ‘제3차 실뱀장어 자원관리 민관 협의체 회의’를 진행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수협중앙회, 한국수산자원공단, (사)한국민물장어생산자협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관측센터, 지자체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민관협의체는 지난 5월 구성됐다.

이번 회의에서는 11월 24일부터 12월 5일까지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릴 제20차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 총회에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의제를 반박할 수 있는 전략이 논의됐다. 세계자연보호연맹(IUCN) 등이 제안한 이 협약은 지난 1975년부터 발효됐다. 불법적인 야생동식물의 유통을 막는 것이 목표다. 협약 부속서에는 5000여 종의 동물과 2만8000여 종의 식물 등 3만30000여 종을 보호 대상으로 등재해 놓고 있다. 불법 유통이 중지되지 않으면 곧 멸종될 생물종은 Ⅰ로, 현재 멸종 위기에 몰리지는 않았지만 국제 거래를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는 생물종은 Ⅱ로 분류한다.

제20차 CITES 총회에서는 지난 6월 유럽연합(EU) 등이 제안한 극동산을 포함한 뱀장어 전체 종의 부속서 Ⅱ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찬성이 더 많은 표를 얻는다면 국제 거래는 상당한 수준의 제재를 받게 된다. 양식 실뱀장어 종자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내 양식업계가 몰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해수부는 그동안 업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CITES 부속서 Ⅱ 등재에 대한 반대 입장과 이를 증명할 과학적 논거 등을 만들었다. 또 극동산 뱀장어를 양식에 활용하는 동북아 나라들과 공동 대응, 우호 국가 확보 등에 주력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문단은 뱀장어 전체 종을 CITES 부속서 Ⅱ 목록에 넣는 것은 협약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해수부는 이와 함께 지난 9월 30일 장관 명의의 외교 서한을 CITES 회원국에 보내는 한편 현지 대사관을 통해 각국이 등재 반대쪽에 손을 들어줄 것으로 계속해 요청하고 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CITES 총회에서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면 국내 내수면 양식산업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총력을 다해 극동산 뱀장어의 부속서 Ⅱ 등재를 막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