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의 주택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겠다는 방침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는 주거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점에서 미봉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비수도권의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은 거의 없어 지역 홀대론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20일 서울 용산구 갈월동 HJ중공업 건설 부문 본사에서 열린 ‘국토부·한국토지주택공사(LH) 합동 주택 공급 TF’ 및 ‘LH 주택공급특별추진본부’ 현판식에 참석했다. 두 기관의 주택 관련 담당자들이 함께 일하는 이 기구는 지역 주민, 토지소유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한 주택 공급의 특성을 고려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한편 애로사항을 실시간으로 점검·조정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하지만 이 같은 명분과 달리 TF는 정부가 지난 9월 7일 발표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에 따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호를 건립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도권만을 위한 조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든 이유다.

게다가 이날 김 장관은 수도권에서 개발제한구역을 추가로 해제할 수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여러 어려움 때문에 잘 안된 것도 저희가 공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수도권) 노후 청사 재건축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 장관은 “이런 것들을 포함해 가능하면 연내 추가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8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노원구 태릉골프장,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 등 서울 도심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주민 반발, 기관 간 의견 불일치, 시설 이전 지연 등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서리풀지구, 의정부 용현, 고양 대곡, 의왕 오전·왕곡 등 4곳의 그린벨트 해제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수립했던 수도권 주택 공급 정책이 예상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국토부가 이 같은 대안을 검토하게 된 것으로 풀이한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국토부가 관련 정책 진행 때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꺼낸 것은 성급하다고 거론한다. 또 지방을 배제한 이런 조치는 ‘서울로의 인구 유입’을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이전 정부가 준비가 미비한 상태에서 (개발제한구역 해제 등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었던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준비된 명확한 내용을 가지고 발표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