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데이터처 동남지방통계청이 지난 18일 한국은행 부산본부와 함께 개최한 ‘동남권 통계 포럼’에서 박준환 전문관이 ‘데이터로 본 이커머스로의 동남권 산업 다각화’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 제공

부산 기장군 정관읍에서 전복죽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현승(30) 대표는 최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2016년 문을 연 식당이 지역 외곽에 있는 탓에 배달 주문이 저조하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밀키트’ 온라인 판매 사업이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2021년 연 매출 23억 원에서 올해 1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전복죽을 끓이는 57세 어머니의 헌신과 30살 아들의 젊은 감각이 만든 시너지 효과다.

22일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부·울·경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 성장세가 가파르다. 기업통계등록부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 1억2000만 원 이상인 고소득 사업체 수는 지난해 기준 4474곳으로 2014년(998개) 대비 348%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증가세(273%)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전자상거래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온라인 통신망을 통해 각종 상품을 판매하는 산업 활동이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쿠팡 등에 입점한 개인 판매자가 전체 사업의 95.5%를 차지한다. 전국 사업체 수는 2023년 기준 82만8000명으로 2014년(15만2000명)에 비해 445% 늘었다. 매출액은 같은 기간 7조에서 30조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지역별 고소득(매출액 1억2000만 원 이상) 사업체 평균 매출액 및 전국 비중 그래프. 동남지방통계청 제공

부·울·경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뀐 가운데 전자상거래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사업체의 64.1%가 수도권에 있지만, 평균 매출액을 보면 대구가 6600만 원, 부산이6080만 원으로 전국 1, 2위를 다툰다.

지역에 경쟁력 있는 음식업 등 서비스업이 온라인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한 영향이다. 동남지방통계청 박준환 전문관은 “2020년 이후 부산 권역에 쿠팡, 컬리 등 스마트 물류센터가 세워지며 배송 접근성이 좋아진 영향으로 보인다”며 “개인 사업자의 전자상거래 진입장벽이 낮아짐에 따라 경쟁력 있는 사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다”고 밝혔다.

부산 고소득 사업체의 연령별 분포를 보면 30대(35.6%)와 40대(32.4%)가 다수를 차지한다. 특히 50대 이상이 19.6%로 20대(12.5%)보다 큰 비중을 차지해 눈길을 끈다. 연령층이 높을수록 온라인 거래를 기피할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달리 중장년층 전자상거래 창업은 연평균 25.7% 증가세다. 5년 이상 생존율도 50대가 14.1%로 30대(13%)를 근소하게 앞질렀다.

산업 현장에서는 50대 이상의 노하우와 끈기가 큰 강점이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이 대표는 “젊은층은 위기가 찾아오면 쉽게 무너지는 경향이 있는데 50대 이상 사업체는 성과가 바로 안 나와도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성향이 크다”며 “다만 디지털 역량이 부족해 주로 위탁 판매를 맡겨 마진율이 낮고 플랫폼이 이를 거절하면 휘청거린다. 온라인 직접 판매 비중을 늘릴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컨설팅 지원책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