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푼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이 16일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aT 제공

우리나라 라면과 김, 김치 등을 선호하는 해외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농식품 수출 실적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 한국산을 모방한 ‘짝퉁’이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가 국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16일 홍푼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사안을 거론한 뒤 우리나라의 식품 영토 확장에 속도를 붙이려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aT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농식품(K-푸드) 수출액은 123억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늘었다. 이 같은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전체 수치는 역대 최고가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수출 기업들은 ‘화려한 실적 뒤에 숨어 있는 애로’를 호소한다. 우리나라 농식품에 대한 수요가 늘다 보니 모방품도 넘쳐나고 있어서다. 이는 곧 K-푸드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다. 더 문제는 외국 소비자들이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aT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국가 인증, 국가 또는 공공기관의 보호체계 구축 등이다. 또 각국에 있는 한국 대사관에 홍보 공간을 설치해 언제든지 외국 소비자가 한국 농식품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 등을 방안으로 제시한다. 이와 관련, 홍 사장은 “짝퉁 문제는 개별 기업이나 생산자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국제재판소 제소나 기존 지재권 보호 절차는 시간만 오래 걸릴 뿐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홍 사장은 생산자와 소비지가 직거래할 수 있는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한국 농식품이 수출되는 208개 나라를 대상으로 맞춤형 시장 공략 계획 수립, 이슬람 국가에 할랄 한우 판매 확대,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농식품 재배법 정착, 쌀 위주의 한국인 식단 체계 변화 등도 임기 중에 중점적으로 추진할 업무로 거론했다.

한편 홍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 때 라면 수출과 관련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시간 부족으로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K-푸드 중 수출이 가장 많은 것이 라면이라는 홍 사장의 답변에 그건 기업이 한 것이지 aT가 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홍 사장이 추가 발언을 하려 했으나 이 대통령이 주제를 바꾸는 바람에 더 이상 발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홍 사장은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라면 수출 호조에 가려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거론한 뒤 정부가 더 신경을 써 달라는 요청을 하려 했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