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속철도 발전 연혁. 국토교통부 제공

우리나라가 시속 370㎞(설계 최고 속도 시속 407㎞)로 달릴 수 있는 고속열차의 핵심 기술 개발을 끝냈다. 내년에 차량 제작을 시작해 오는 2030년부터 시험 운행한 뒤 2031년에 상용화한다.

22일 국토교통부는 차세대 고속열차(EMU-370) 운행을 위해 2022년 4월부터 올해 12월까지 진행했던 국가연구개발사업(R&D) 성과를 발표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한 이 사업에는 공공기관, 민간 기업 등 7곳이 동참했다. 4년간 225억 원(국비 180억 원·민간 자금 45억 원)이 투입됐다. 참여 기관들은 상업 운행속도 320km/h급(설계 최고속도 352km/h) 고속열차인 KTX-청룡(EMU-320)의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주행 성능과 안전성을 포함한 고속 운행 기술을 고도화해 속도를 370km/h까지 끌어 올리는 데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

특히 시속 350㎞ 이상 운행을 할 때 급격하게 늘어나는 주행저항, 진동, 소음 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만들어낸 핵심 기술은 6개다. 우선 고효율 고속전동기 개발을 통해 KTX-청룡보다 출력을 47.4% 높였다. 또 차량 앞부분을 매끄럽게 설계하는 한편 옥상 에어컨 등 돌출 부위를 최소화해 주행 저항을 10% 이상 줄였다. 아울러 각 부품의 최적화 설계를 통해 횡방향 진동 가속도 및 실내 소음 저감, 차량 출입문(기밀승강문) 국산화, 시속 400km급 고속차량까지 적용할 수 있는 주행·제동장치·신호 장비 등에 대한 성능평가 및 안전검증 기준 마련 등도 이뤄냈다.

시속 370㎞는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고속열차 가운데 두 번째로 빠르다. 현재 중국은 2027년 운행을 목표로 시속 400km 고속열차를 시험 운행하고 있다. 프랑스·독일·일본 등의 고속열차 속도는 시속 320km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개발 성과가 조기에 상용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에 EMU-370 초도 차량(총 16량) 제작을 발주한다. 이어 2030년부터 평택~오송 노선에서 시험 운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EMU-370이 본격적으로 운행되면 우리나라 주요 도시 간 이동시간이 1시간대로 줄어들게 돼 전국이 단일 생활권으로 연결되면서 국가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본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시속 350km 이상으로 달리는 고속철도 시장 규모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기술 경쟁력 우위 확보는 해외시장 개척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 등이 힘을 합친 결과, 고속철도 도입 20년 만에 세계에서 두 번째로 370km/h급 고속운행 기술력을 독자적으로 확보했다”며 “철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