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의 코에 있는 고유한 무늬인 ‘비문’(鼻紋).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자 농장에서 기르는 소 식별을 위해 귀에 붙이는 ‘귀표’를 고의로 훼손하거나 바꾸는 사례가 늘어나자 정부가 앞으로 소의 코에 있는 고유한 무늬인 ‘비문’(鼻紋)을 활용해 이에 대응한다.

31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은 축산물 이력제 조회앱에 접속하면 비문 사진을 조회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사람의 지문처럼 비문은 소마다 다르다. 또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 까닭에 개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과학적 신뢰성도 얻었다. 그러나 그동안에는 인식 기술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아 적용에 한계가 있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점을 악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북 군산시에서 소를 키우던 농장주는 가축재해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소 32마리가 폐사하자 이를 보험에 가입된 소인 것처럼 귀표를 바꿔치기한 뒤 17마리분의 보험금 3400만 원을 부당하게 챙겼다가 적발됐다. 이 때문에 소 개체를 확실하게 구분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축산농가에서 기르는 소의 귀에 부착된 ‘귀표’.

이에 경북축산기술연구소와 인공지능(AI) 기업인 ㈜온텔리에이아이는 3년에 걸친 공동 연구에서 비문이 등록된 소가 추후 출하·거래될 때 다시 비문을 촬영, 등록된 정보와 대조함으로써 해당 개체가 맞는지 가려낼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축평원은 시범 운영 기간에 새 방식의 효율성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이어 현장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앞으로 활용도를 높이기로 했다. 박병홍 축평원 원장은 “이 기술 도입은 이력제 정보와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디지털 축산 행정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소비할 수 있는 축산물 유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