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해사 사건은 서류보다 현장”…전문법원 서야 시간·비용 절감

해수부 부산시대 개막 <5> 해사법원 설치

  •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
  •  |   입력 : 2026-01-25 18:44:22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국제조약·각국 법 등 복합 적용
- 전문 재판부 필요성 지속 제기
- 10년 전부터 부산 설치 목소리
- 선박·항만 기업 밀집지역 이점

- 영국·싱가포르 등 선진 해양국
- 주요 항만도시 통합설치 대세
- 항소심까지 부산서 담당 요구
- 행정·산업·사법 완전체 이뤄야

해양수산부가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국가 해양 행정의 중심축이 수도권에서 남쪽으로 이동했다. 단일 부처 이전을 넘어 국가 해양 정책의 무게중심이 바뀌었다는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해양 공공기관 추가 이전과 주요 해운기업 본사 이전 논의까지 맞물리며 부산은 ‘해양수도’ 구상의 실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아직 마지막 퍼즐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해사법원 설치가 그것이다.
조선·해양기자재 산업과 해양금융, 물류 서비스 기업이 밀집해 해사 분쟁이 많은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해사법원 설립 입법을 촉구하는 모습. 국제신문DB
■해사법원 왜 필요한가

해사법원은 선박 충돌과 좌초 사고, 해상운송계약과 용선 분쟁, 해상보험, 국제 물류 거래 분쟁 등 해사 사건을 전담하는 전문 법원이다. 국제조약과 관습법, 각국의 상법과 민법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고난도 영역으로, 전문 법관과 판례 축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 민사 사건과는 성격이 달라 전문 재판부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국내 해사 사건 상당수는 서울중앙지법 등 수도권 법원에서 처리된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해운·물류 기업들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서울로 올라가 재판을 치러야 한다. 사건 현장은 부산항과 남해·동해에 있는데 판단의 무대는 서울이라는 구조적 괴리가 오랜 시간 반복돼 왔다. 해양수산부 이전 이후 이 문제는 더욱 선명해졌다.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곳은 부산으로 내려왔지만,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 기능이 그대로라면 해양수도 구상은 반쪽짜리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 해사법원 논의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부산변호사회와 해사법학계를 중심으로 전문 법원 필요성이 제기됐다. 당시에는 지역 현안 수준에 머물렀지만, 해사 분쟁이 늘고 국제 거래가 복잡해지면서 논의는 점차 공론화됐다. 2020년 국회 토론회를 계기로 해사법원은 공식 제도 논의의 장으로 들어섰고, 2023년에는 부산시와 지역 법조계가 공동으로 부산 설치를 정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이후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되며 논의는 제도 문턱까지 왔다. 지난해에는 부산과 인천에 각각 해사법원을 두는 ‘병행 설치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됐다. 수도권 접근성과 지역 균형을 함께 고려한 절충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해사 사법의 실질적 중심이 어디에 놓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왜 ‘부산 해사법원’이어야 하나

부산은 세계 2위 환적항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해운·물류 산업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조선·해양기자재 산업과 해양금융, 물류 서비스 기업이 밀집해 있고 글로벌 선사와의 거래도 일상적이다. 행정과 산업 인프라는 상당 부분 구축됐지만, 해사 분쟁을 전문으로 다루는 사법 인프라는 여전히 수도권에 머물러 있다. 해양 행정과 산업, 사법이 맞물려 작동해야 할 구조가 완성되지 못한 채 비어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산의 현장성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부산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해사 사건은 서류보다 현장이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선박 항만 기업이 밀집한 부산은 사실관계 파악과 증거 조사에서 분명한 이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의 목소리도 비슷하다. 부산에 본사를 둔 한 해운사 관계자는 “해사 분쟁이 발생하면 변호사 선임부터 재판 일정까지 대부분 서울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전문 법원이 부산에 생기면 비용과 시간 부담이 크게 줄고, 분쟁 대응 속도도 한결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의 강점은 관련 산업 집적에만 있지 않다. 해수부와 해양 공공기관, 항만공사까지 더해지면 정책과 산업, 사법이 한 공간에서 맞물리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는 해사법원이 단순한 분쟁 해결 창구를 넘어 해운·물류 산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요 해양강국 사례 참고해야

주요 해양국가들은 이미 사법 인프라를 항만과 함께 구축하고 있다. 영국은 고등법원 내 해사 전문 재판부를 통해 오랜 판례와 신뢰를 축적하며 국제 해사 분쟁의 중심지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톈진과 상하이 등 주요 항만 도시에 독립 해사법원을 설치해 해사 분쟁을 적극적으로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덴마크는 해사·상업법원을 통해 해상과 상사 사건을 통합 처리하고, 싱가포르는 국제상사법원을 앞세워 해사·중재·금융을 결합한 분쟁 해결 허브로 성장했다. 해사법원을 어디에 두느냐는 단순한 지역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인 셈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부산·인천 병행 설치안에 대해 부산 지역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심만 부산에 두고 항소심이 수도권으로 올라가면 해사 사법의 실질적 중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판례 축적과 전문성 유지라는 해사법원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시는 항소심까지 부산에서 담당해야 해사법원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해사 사건은 장기적 판례 축적과 전문 인력 운용이 핵심”이라며 “항소심이 분산되면 전문 법원으로서의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해사법원은 단순히 법원 하나를 더 세우는 문제가 아니다. 해수부 이전과 해양 공공기관 집적, 해운기업 본사 이전 논의와 맞물린 국가 해양 전략의 완성 단계다. 항만과 산업, 행정에 이어 사법 인프라까지 갖춰질 때 부산은 비로소 국제적 해양수도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박재율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 공동대표는 “해사법원 설치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 과제다. 해사법원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동북아 해양수도를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해사법원 설치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제도적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동 기획: 국제신문, BNK금융그룹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3. 3[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4. 4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5. 5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6. 6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7. 7[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8. 8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9. 9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10. 10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3. 3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4. 4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5. 5한동훈, "국제신문 1947년 창간 이래 부울경 민주주의 산 증인이자 발전의 버팀목, 끝까지 함께할 것"
  6. 6[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7. 7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8. 8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9. 9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10. 10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7. 7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8. 8[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9. 9"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0. 10[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4. 4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5. 5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6. 6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7. 7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8. 8제1247회 로또복권 1등 당첨번호 8, 14, 21, 22, 42, 45 … 8명 각 36억3744만 원 받아
  9. 9전북 전주서 승용차 가로수 들이받고 넘어져, 30대 운전자 사망
  10. 10[속보]서울 강서구 '모친 살해'혐의 40대 딸, 24일 구속심사 받아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부산기UP! Grade
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