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인구와 국토 규모 면에서 우리나라 대도시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싱가포르항은 해운·물류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항만으로 평가된다. 싱가포르항의 경쟁력은 단순한 물동량 규모를 넘어선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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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가포르 투아스항만에 컨테이너가 야적돼 있다. PSA 싱가포르 홈페이지 캡처 |
싱가포르항의 가장 큰 장점은 ‘지정학적 위치’다. 말라카 해협에 위치한 이 항만은 아시아와 유럽, 중동을 연결하는 해상 교통의 핵심 요충지에 자리한다. 전 세계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그러나 싱가포르항이 지리적 이점만으로 지금의 경쟁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 이를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더 주목해야 한다.
싱가포르는 일찍이 환적 중심 항만 전략을 선택했다. 자체 화물 규모가 크지 않은 한계를 인정하고, 글로벌 선사들이 기항하는 환적 허브를 목표로 기능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이를 위해 항만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선사 유치를 위한 제도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박 입출항 절차 간소화, 고속 하역 시스템 구축, 항만 서비스 품질 개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항만을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니라 해양 산업의 중심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 항만 주변에는 해운금융 선박관리 해사법률 해양보험 등 다양한 해양 서비스 산업이 집적돼 있다. 글로벌 선사와 금융기관, 해양 관련 기업들이 한곳에 모이면서 항만을 중심으로 한 산업 생태계가 형성됐다. 특히 해운금융 분야에서 싱가포르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책 추진 방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중심이 되어 항만·산업·금융 정책을 통합적으로 설계하고 일관되게 실행한다. 항만 개발과 산업 육성, 인재 양성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장기 전략이 안정적으로 추진된다. 부산항과 비교할 때 싱가포르항의 가장 큰 차이는 항만을 둘러싼 산업 생태계와 정책 통합성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싱가포르항의 사례는 글로벌 항만 경쟁이 더 이상 단순한 물류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산항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선택해야 하는지, 싱가포르항의 사례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