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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나 베이 크루즈 센터(MBCCS)에 정박해 있는 ‘디즈니 어드벤처’호. |
- 지난해 외국인 1690만 명 찾아
- 그 중 크루즈 관광객만 200만
- 디즈니 크루즈 亞 첫 모항 지정
- 마리나 베이 샌즈·슈퍼트리쇼 등
- 야경은 미식·쇼핑 소비 이끌어
- 부산도 콘텐츠·정책 연계 필요
- 준모항 단계적 확대 등 모색을
지난달 2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크루즈 센터(MBCCS)는 단순한 항만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관광 플랫폼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이날은 아시아 첫 모항으로 싱가포르를 택한 ‘디즈니 어드벤처(Disney Adventure)’호가 터미널에 들어온 날이었다. 가족 단위 여행객은 승선 수속을 기다리며 들뜬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터미널 밖에서는 거대한 크루즈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승선객을 안내하던 직원 앨리(Allie) 씨는 “승객은 크루즈에 오르는 순간 테마파크에 온 듯한 설렘을 느끼고, 하선 뒤에는 그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도심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디즈니 크루즈가 아시아 첫 모항으로 싱가포르를 낙점한 이유는 분명하다. 아시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창이공항의 뛰어난 접근성과 초대형 크루즈를 수용할 수 있는 항만 인프라, 지속적인 관광 투자, 동남아 크루즈 시장을 아우를 수 있는 지리적 경쟁력이 맞물린 결과다.
■‘시스템’이 만든 크루즈 허브 |
| 싱가포르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서 매일 밤 무료로 열리는 ‘슈퍼트리쇼’를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조형물 아래 발 디딜 틈 없이 모여 있다. |
싱가포르는 지난해 관광수입 328억 싱가포르달러(S$), 국제관광객 1690만 명으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크루즈 역시 이러한 성장세를 이끈 핵심축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싱가포르를 이용한 크루즈 승객은 200만 명을 넘어섰으며, 마리나 베이 크루즈센터 확장을 통해 아시아 대표 크루즈 허브의 위상도 더욱 강화했다.
이러한 싱가포르의 경쟁력은 항만 규모뿐만 아니라 항공·항만·관광 정책을 하나의 전략으로 묶은 ‘시스템’에 있다. 거버넌스의 중심에는 싱가포르관광청(STB)이 자리한다. STB는 해양항만청(MPA), 창이공항, 터미널 운영사와 명확히 역할을 분담해 모든 정책을 하나의 방향으로 조율한다. STB 관계자는 “정부 기관과 민간 파트너가 긴밀히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경쟁력의 근간”이라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가 선택한 대표적인 관광 전략은 ‘플라이 앤 크루즈(Fly-Cruise)’다. 항공과 크루즈를 연계한 상품으로 여행객을 유치하고, 승선 전후에는 싱가포르 도심에서 숙박과 쇼핑, 미식을 즐기도록 유도한다. 이 정책은 싱가포르가 단순히 배가 머무는 기항지를 넘어 크루즈 여행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는 아시아 대표 모항지로 자리잡도록 한 핵심 전략이다.
■도심체류 잇는 야간관광·이벤트이 같은 연결 전략은 도심에서도 이어진다. MBCCS는 도심과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차량으로 10분 안팎이면 마리나베이 일대에 닿고, 터미널과 연결된 마리나사우스피어(Marina South Pier) MRT역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해 도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버스 노선도 갖춰져 크루즈 관광객들이 대중교통만으로도 주요 관광지를 편리하게 오갈 수 있다. 매일 밤 무료 ‘슈퍼트리 쇼’가 열리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도 마리나 베이 샌즈에서 보행교를 통해 쉽게 연결됐다. 슈퍼트리 쇼는 관광객을 도심에 붙잡고 야간 상권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핵심 관광 자원이다. 공연이 끝나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리나베이 일대로 이동해 쇼핑과 식사, 야경을 즐겼다.
세계적인 공연과 스포츠 이벤트도 체류형 관광 전략의 한 축이다. 싱가포르는 F1 그랑프리와 대형 콘서트, 국제회의·전시(MICE) 행사 등을 연중 개최하며 크루즈 승객이 도시 안에서 머물고 소비할 이유를 꾸준히 만들어낸다.
싱가포르는 미래 투자도 멈추지 않는다. 다음 달에는 하버프론트 여객터미널을 새 싱가포르 크루즈센터(하버프런트)로 이전한다. 새 터미널은 MRT역과 복합쇼핑몰 비보시티를 잇는 커버드 워크웨이를 비롯해 첨단 승객 서비스를 갖춰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였다. 멜리사 오(Melissa Ow) STB 청장은 지난 5월 관광산업컨퍼런스(TIC 2026)에서 “크루즈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늘어나는 크루즈 수요를 뒷받침할 충분한 수용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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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카지노·쇼핑몰을 갖춘 마리나 베이 샌즈. |
■부산, 유기적 연결 컨트롤타워 필요
싱가포르의 사례는 부산에 시사점을 던진다. 대표 사례가 지난 4월 부산을 모항으로 운영한 프랑스 크루즈 선사 포낭(Ponant)의 ‘르 쏘레알(Le Soleal)’호다. 항공과 철도를 연계한 ‘플라이·레일 앤 크루즈(Fly·Rail&Cruise)’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최초 모항 크루즈로 운영된다. 이는 서울로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이 KTX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해 1박2일 관광한한 뒤 크루즈에 승선하는 연계 상품이다. 부산항만공사(BPA)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을 함께 경험하는 상품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부산도 모항지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부산항 크루즈 입항 규모는 2024년 114항차, 2025년 203항차에 이어 올해 501항차로 늘었으며, 방문객은 8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만 싱가포르처럼 크루즈를 도시 전체의 관광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과제도 남아 있다. BPA 관계자는 “크루즈는 정책과 시설, 관광 콘텐츠가 함께 움직여야 하는 산업”이라며 “우리도 항만과 관광, 출입국 등 여러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국(국립한국해양대 해양문화관광학과 교수) 한국크루즈교육연구센터장은 부산 과제로 ‘준모항 확대’와 ‘체류형 관광’을 꼽았다. 그는 “국내 크루즈 시장 규모와 선사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 모항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준모항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라며 “준모항을 늘려가면서 부산만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기항 관광은 일부 유명 관광지만 ‘찍고’ 가는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도록 체험형 콘텐츠와 야간 관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체류시간과 소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본 사업은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