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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 쇤브룬궁 정원의 글로리에테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쇤브룬궁 전경.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궁전인 이곳은 빈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매년 6월 무료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쇤브룬궁 여름밤 음악회(Summer Night Concert)’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최승희 기자 |
- 오페라하우스 객석점유율 99%
- 유명한 소장품 가득한 미술관들
- 예술 동경하는 세계 관광객 몰려
- 그 소비가 도시민 문화향유 보장
- 국제회의도 관광의 든든한 한 축
지난달 10일 오스트리아 빈 미술사박물관 앞에는 개장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관광객의 긴 줄이 늘어섰다. 케른트너 거리와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도심 곳곳에도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졌고, 해가 저물자 국립오페라하우스 주변은 공연을 앞둔 관객들로 새로운 활기가 돌았다. 공연장 주변 카페와 골목 레스토랑에도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채웠다. 미술관과 공연장을 찾은 사람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거리와 식당으로 이어지는 모습은 문화예술이 빈 관광의 중요한 축임을 보여줬다.
빈은 음악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가 활동했던 도시로, 연간 800만 명이 넘는 외래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빈은 과거의 문화유산에만 기대지 않는다. 공연과 전시, 국제회의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든다. 현지에서 만난 관광객 박경민 씨는 “오스트리아에는 에펠탑처럼 하나의 랜드마크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가 관광지”라며 “하나의 명소보다 도시 자체를 경험하기 위해 빈을 여러 번 찾게 된다”고 말했다.
■문화예술과 관광의 선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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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조명이 켜진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알베르티나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이 풍경은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장면으로도 알려져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이 늦은 시간까지 찾는 야간 명소다. |
빈 관광청은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관광객이 어디에 머물고 무엇을 소비하며, 그 소비가 도시 전반으로 확산되도록 설계하는 ‘방문객 경제(Visitor Economy)’ 관점에서 관광을 바라본다. 그 실행 전략이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족하는 균형점을 추구하는 ‘최적의 관광(Optimum Tourism)’이다.
이 같은 철학은 빈 국립오페라하우스 운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빈 상공회의소 분석에 따르면 2023~2024시즌 국립오페라하우스는 352차례 공연을 열어 객석 점유율 99.94%를 기록했다. 관객 10명 가운데 4명은 외래 관광객이었다. 오페라를 중심으로 발생한 관광 소비 등을 포함한 경제효과는 연간 2억9600만 유로(한화 503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알베르티나와 미술사박물관, 레오폴드미술관, 벨베데레궁전 등 미술관들은 세계적인 소장품을 바탕으로 연중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계절마다 열리는 특별전과 문화행사도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든다.
미술관에서 만난 직원 루카스(Lukas) 씨는 “관광객의 꾸준한 방문은 빈 문화예술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라며 “이를 통해 시민도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일상에서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과 전시를 보기 위해 머문 관광객의 소비는 다시 문화예술을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시민은 그 혜택을 일상에서 누리면서 관광과 문화가 서로를 키우는 선순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부산도 이미 문화예술이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의 ‘무라카미 다카시: 무라카미좀비’ 특별전은 국내외 관람객을 불러모았고, 부산관광공사와 지역 호텔업계가 선보인 조성진·임윤찬 공연 연계 관광상품도 잇따라 흥행했다. 매년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리는 클래식 야외공연 역시 시민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대표적인 문화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성공 사례를 일회성 흥행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관광 생태계로 연결하는 일이다.
■회의가 끝나도 관광은 계속된다
문화예술은 빈을 세계 최고 수준의 마이스 도시로 만든 경쟁력이기도 하다. 빈은 지난해 국제회의와 기업행사 7196건을 개최했다. 참가자는 약 79만 명, 이들이 기록한 숙박은 254만 박으로 전체 숙박의 13%를 차지했다. 빈에서 발생한 숙박 8박 가운데 1박 이상이 마이스 참가자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국제회의가 도시 관광의 중요한 축이자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빈의 경쟁력은 회의장 규모에만 있지 않다. 관광청 산하 빈 컨벤션뷰로는 국제회의 주최 측과 협의해 박물관 관람과 공연, 쿠킹 클래스, 도보 프로그램 등을 연계한다. 자체 도시 안내 앱 ‘ivie’에는 마이스 행사장 정보를 별도 탭으로 구성하고, 행사장 주변의 문화공간과 산책 코스까지 함께 안내한다. 회의 참가자가 행사장 밖에서도 도시를 경험하도록 동선을 설계한 것이다.
빈 관광청 관계자는 “마이스 참가자는 일반 관광객보다 오래 머물고 소비도 많다”며 “출장으로 빈을 경험한 사람이 나중에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다시 휴가를 오는 것도 중요한 효과”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제 의학학회 참가자들이 시민 대상 건강 프로그램과 전시를 함께 기획하는 ‘레거시 프로젝트’도 운영했다. 국제회의의 효과를 행사 기간에 그치지 않고 도시에 남기기 위한 시도다. 그는 부산이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보다 주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관광 자원이나 문화시설을 만들더라도 지역 주민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조여야 한다. 지역 주민이 즐기지 못하는 도시는 외국인 관광객도 결코 즐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본 사업은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