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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래구 한 10년 민간장기임대사업의 모델하우스 내 안내판 모습. 독자 제공 |
- 상급지 낮은 가격 앞세워 홍보
- 주택법 등 규정 없어 사각지대
- 지주택·조합형 같은 혼란 우려
분양가 급등세 속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과 좋은 입지를 앞세워 사업 초기부터 수요자의 자금을 모집하는 주택사업이 잇따른다. 지역주택조합(지주택)과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이어 최근에는 ‘예비 임차인 회원’을 모집하는 장기민간임대주택이 등장(국제신문 13일 자 1면 등 보도)해 제도 개선 요구가 나온다.
1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동래구 A 사업장은 평(3.3㎡)당 1300만 원대 가격 등을 내세우며 계약금 4500만 원(전용면적 60㎡ 기준)을 받고 있다. 임대 기간 취득세·재산세 부담이 없고 10년 뒤 분양전환도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다만 현재 이 사업은 사업계획승인을 받지 않은 상태다. 사업자 측은 현재 모집하는 사람의 자격도 ‘예비 임차인 회원’이라고 설명한다. 기업이 사업을 시행하고 계약자는 콘도 회원권과 유사한 투자자 성격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간임대주택법상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처럼 지자체에 조합원 모집신고를 할 필요가 없고, 정식 분양이나 임차인 모집도 아니어서 사업계획승인 전 회원 모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래구는 사업계획승인 전 이 같은 모집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해 모집중지 시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사업자를 민간임대주택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진구에서도 같은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B 사업장은 얼마 전까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으로 추진하다가 최근 장기민간임대주택 방식으로 전환했다. A 사업장과 같은 사업자다. 이곳은 지난 1월 부산진구에 조합원 모집 신고를 했다가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는 이 사업자의 일부 홍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예비 임차인 회원’이라는 새로운 모집 형태에 현행 주택 관련 법령을 어디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주택법과 민간임대주택법은 조합원 모집이나 주택 공급·임대 등에 관한 절차를 규정하지만 ‘예비 임차인 회원’ 모집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부산의 한 변호사는 “계약의 실질을 살펴봐야 하지만 단순 투자회원 모집으로 판단되면 현행 주택 관련 법령으로 처벌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경찰이 모집 행위의 실질을 어떻게 판단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의 새로운 자금모집 방식이 생겨나지만 규제가 제때 생기지 않는 선례는 반복돼왔다. 지주택은 사업 초기 조합원을 먼저 모집한 뒤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토지 확보 지연 등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자 규제가 강화됐다.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도 조합원 보호 필요성이 제기되자 2019년 민간임대주택법을 개정, 조합원 모집신고와 공개모집 등의 규제가 도입됐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사업 초기 자금 모집 자체를 문제로 볼 수는 없지만 계약자가 현재 확정된 내용과 향후 계획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강정규 동아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사업계획승인 전 장래 주택을 전제로 상당한 자금을 받는 새 형태가 등장하는 만큼 사업 진행 단계와 자금 관리·반환 조건 등을 명확히 알리도록 소비자 보호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