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증시와이드] 한 가지에 의지한다는 것

  • 이호석 신한투자증권 PWM부산센터 팀장
  •  |   입력 : 2026-09-03 18:56:01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1840년대 아일랜드의 가난한 농민들에게 감자는 반찬이 아니라 식사 그 자체였다. 당시 성인 남성이 하루 5kg이 넘는 감자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아일랜드 사람들은 감자에 크게 의지했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좁은 땅에서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감자는 가난한 농민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먹거리였다. 감자와 약간의 우유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도 흔했다.

1845년, 그 감자가 검게 썩기 시작했다. 감자 역병은 빠르게 아일랜드 전역으로 퍼졌고 이듬해에도 작황은 회복되지 않았다. 먹거리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던 감자가 사라지자 굶주림과 질병이 뒤따랐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이들마저 고향을 떠났다. 훗날 ‘아일랜드 대기근’이라 불리게 된 비극의 시작이었다.

한 가지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2000년대 초 핀란드를 대표하는 이름은 단연 노키아였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했던 노키아의 성장은 핀란드 경제와도 맞물려 있었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하고 시장의 중심이 스마트폰으로 옮겨가자 노키아는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시장점유율은 빠르게 떨어졌고 핀란드 경제 역시 오랜 기간 낮은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비슷한 상황에서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나라도 있다. 바로 대만이다. 한때 국가 전체 수출의 40% 가까이를 반도체가 차지했을 만큼 한 산업에 크게 쏠려 있지만, 대만 경제는 성장을 이어갔다. 그 중심에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다.

핀란드의 노키아, 대만의 TSMC. 두 나라 모두 한 기업과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몫이 컸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노키아는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한때 압도적이었던 경쟁력을 잃었다. 반면 TSMC는 더 앞선 반도체 기술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한쪽은 경쟁력을 잃었고, 다른 한쪽은 오히려 그 경쟁력을 더 키웠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이익이 커지면 투자자들의 돈도 그곳으로 향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장 비중이 커지면서 너무 한쪽으로 몰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과거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는 업황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최근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는 HBM은 한번 거래가 시작되면 공급사를 쉽게 바꾸기 어렵다. 다른 회사 제품을 쓰려면 다시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의 기술 우위가 이어진다면 반도체로 돈이 몰리는 현상도 단순한 과열이 아니라 경쟁력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 있다.

쏠림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 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얼마나 많은 돈이 몰렸느냐보다 투자자들이 왜 그곳으로 몰렸고, 그 이유가 지금도 남아 있는 지다. 시장의 쏠림을 막연히 두려워하기보다 그 경쟁력이 여전히 유효한지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임홍란 신임 창녕경찰서장 취임…"먼저 행동하는 지휘관 될 것"
  4. 4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5. 5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6. 6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가덕도신공항 우선시공분 11월 초 착공 ‘흔들’
  7. 7[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8. 8[속보]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기계 끼여 숨져
  9. 9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10. 10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1. 1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2. 2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3. 3[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4. 4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5. 5李대통령 “‘국무회의 공개라 말 못한다’는 거짓말…이해 안 돼”
  6. 6주우크라 대사대리 “北 포로 송환, 비공개 오래 유지 공감대”
  7. 7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8. 8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9. 9[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10. 10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1. 1김장철 앞두고 재룟값 희비… 주요 채소는 내렸으나 양념은 올라
  2. 2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가덕도신공항 우선시공분 11월 초 착공 ‘흔들’
  3. 3IMF, 韓잠재성장률 2년 연속 상승 전망…40년 만에 처음
  4. 4[속보] ‘부캉이’ 오른쪽 지느러미 상처 관찰…출혈은 없어
  5. 5롯데 ‘러브 패밀리 페스티벌’ 부산서 첫 개최
  6. 6마카오 리조트 '그랜드 리스보아 팰리스' 영남권 공략 본격화
  7. 7효성중공업, 창원 초고압차단기 신공장 준공…AI 전방수요 폭증 영향
  8. 8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늘었는데, 트럼프 가만히 있을까?
  9. 9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10. 10"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1. 1북항복합환승센터 3.3m 단차분쟁, 법원 조정안 확정
  2. 2산청 대원사계곡길, 3.5㎞에서 5㎞로 연장 개통
  3. 3임홍란 신임 창녕경찰서장 취임…"먼저 행동하는 지휘관 될 것"
  4. 4[속보] 부캉이 ‘북항살이’ 한 달째…누적 방문객 150만명 넘었다
  5. 5[속보]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업체 근로자 기계 끼여 숨져
  6. 6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내일까지 10∼60㎜
  7. 7북울산역세권 개발 본격화
  8. 8'여론조사비 대납 혐의' 오세훈 2심 내주 선고
  9. 9아궁이 불 지핀 후 방치…김해 목조 단독주택서 불
  10. 10다방천 보행로부터 사송IC까지…주민 제안으로 숙원사업 물꼬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600조 SMR시장 부산이 선점한다
SMR 인허가 심사기준 2032년께 마련? 골든타임 놓칠판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