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첨단R&D 주력 TP, 정체성 모호
- 정보산업진흥원 해양AI 키워야
- 창투원·경진원 통합 목소리 나와
- 기능 재편 조직 정비 서둘러야
부산시의 경제 분야 공공기관은 지역 기업·산업·일자리 분야의 지원 및 선도 기능을 담당하는 만큼 주요 업무 및 기능의 체계적인 분담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최근 산업 변화 흐름이 빨라지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역할 조정이 1차원적 수준에 머물면서 이들 기관의 업무 비효율성과 불안정성, 조직 해이 등이 한계점에 달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계와 해당 기관들 안팎에서는 이들 기관의 기능 재편 및 조직 재정비가 하루 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관별 편차 커, 업무 정체성도 모호
7일 국제신문 취재 결과 시는 산하 공공기관의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한다는 취지로 2023년 부산경제진흥원(경진원)의 신발산업진흥센터 업무와 부산디자인진흥원의 섬유패션 지원 기능을 각각 떼내 모두 부산테크노파크(TP)로 넘겼다. TP는 2022년부터 커피산업 육성도 맡고 있다. 첨단 연구개발(R&D) 및 기술 진흥 지원을 주 업무로 설립된 TP가 패션·커피산업 등 일반산업 지원까지 떠안으면서 기관 규모는 비대해지고 조직 정체성은 모호해지는 역효과가 발생했다. TP는 현재 강서구 지사동 본원 외 20개의 분소를 두고 있다. 전체 직원은 252명으로, 경진원(200여 명) 제외 100명 안팎인 다른 출연기관 직원 수의 2배 이상에 달한다. 지역 기업 한 관계자는 “TP가 R&D 전력반도체 우주항공·방산 바이오헬스 해양수산산업 분야 사업 등을 문어발식으로 맡으면서 조직만 방대해지고 업무의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진원은 신발산업은 TP에, 창업 지원 기능은 부산기술창업투자원(창투원)에 주면서 현재는 소상공인 및 청년 사업가 지원 등을 주로 담당하며 시 수탁사업 수행기관으로 전락했다. 애초 ‘부산경제 종합지원 플랫폼’을 목적으로 2000년 개원했으나 지금은 역할이 대폭 쪼그라들어 주력 업무가 애매해진 상황이다.
ICT(정보통신기술) 및 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해 2002년 출범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은 애초 주력으로 지원하던 게임·웹툰산업의 존재감이 약화하면서 담당 사업 재편 필요성이 커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보산업진흥원이 해양AI 태스크포스(TF)단을 둔 만큼 이 분야를 차기 주력 사업으로 키워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부산디자인진흥원 역시 수도권에 편중된 디자인 사업의 불균형을 해소하고자 2006년 설립됐으나 현재는 정부 및 시 프로젝트 수주에 급급한 상황이다. 섬유패션 지원 기능마저 TP에 떼주면서 주력 사업은 도시공공디자인 정도에 그친다. 부산에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A 대표는 “지역에서 디자인 회사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폭 넓은 지원이 절실하다”며 “기업 지원 사업이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어 기관별로 일일이 관련 공고를 찾아봐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 창업 생태계 통합 컨트롤타워를 표방하며 지난해 전국 최초로 출범한 창투원은 조직 안정화 및 규모화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경진원과 통합해 2개 본부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기술창업에 비해 투자 부분 성과가 미미한 상황으로, 전문가 영입 등을 통해 조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총 직원 수는 41명이다.
■계약직 비중↑, 인력 불안
이들 기관의 계약직 비중이 높은 점도 개선 사항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경진원은 지난 7월 기준 전체 직원 중 계약직 비중이 46%에 달한다. 시 수탁사업별로 계약직을 고용해 인건비를 충당하는 실정이다. 올해 경진원 전체 예산 1568억3800만 원 가운데 76%(1198억7000만 원)가 시 수탁사업 예산이다. 다른 출연기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디자인진흥원과 정보산업진흥원은 계약직 비중이 약 30%에 달한다.
각 기관 내부에서도 ‘인력 불안’과 ‘업무 부담’이 만성적 문제로 굳어졌다. 시 출연기관 한 관계자는 “1, 2년 계약직 직원들이 많다 보니 늘 인력 불안에 시달린다”며 “계약직 직원들도 소속감이 적어 이직이 잦다. 시 수탁사업비로 한 해 살림이 돌아가는 구조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생각에 직원들 부담과 무력감만 커진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김종한 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는 “지역 일자리 지원 사업 담당자들이 오히려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예산으로 단기 계약직을 고용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구조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시는 일부 사업 변경 또는 새 업무 추가 등의 소극적인 방식을 고수한다. 부산시 공공기관정책팀 관계자는 “출연기관의 업무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장기적으로 기관별 사업 평가 등을 통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줄이고 새로 도전해야 할 업무들을 채우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부산시 경제분야 출연기관 주요 업무 ※자료 : 부산시 |
기관명 |
설립 |
주요 업무 |
부산테크노파크 |
1999년 |
산업기술단지 조성 기술·인증 지원 |
부산경제진흥원 |
2000년 |
중소기업 종합 지원 및 일자리 창출 |
부산신용보증재단 |
1997년 |
신용 보증 구상채권 관리 |
부산과학기술고등 교육진흥원 |
2015년 |
지역 과학기술 진흥 시책 개발 및 추진 |
부산정보산업진흥원 |
2002년 |
정보통신 및 문화콘텐츠 산업 지원·육성 |
부산디자인진흥원 |
2006년 |
디자인 산업 육성 지원 |
부산기술창업투자원 |
2025년 |
기술창업, 벤처투자 네트워크 구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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