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담합 의혹 등을 살피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일했던 이들이 퇴직 후 관련 업무에 대한 소송을 전담하는 주요 로펌에 대거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공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6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공정위에서 상위 10대 로펌으로 이직한 인원은 86명으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김앤장이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화우 10명, 태평양 13명, 율촌 11명, 광장 8명, 세종 8명, 지평 5명, 대륙아주 5명, 바른 4명, YK 1명 등이었다. 보수는 이직 전보다 적게는 1.7배, 많게는 3.7배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10개 로펌은 공정위 담합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 10일까지 5년 6개월 동안만 해도 공정위에 제기된 담합 관련 소송 263건 가운데 191건을 맡았다. 전체의 72.6%에 이른다. 세부적으로는 김앤장 32건, 화우 30건, 태평양 29건, 세종 25건 등의 순이었다.
공정위 퇴직자가 로펌에 취업하는 것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 경우 재직 중 쌓은 사건 처리 경험과 내부 사정에 대한 이해, 재직자와의 인적 관계가 기업의 조사·제재 대응에 활용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퇴직자가 재직 중 직접 처리한 업무를 다시 취급하거나 전 소속 기관에 부정한 청탁·알선을 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공직자윤리법’ 위반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거론한다.
이에 따라 담합 제재 관련 소송을 대거 수임하는 로펌으로 공정위 퇴직자가 계속 이동하는 만큼 취업 심사와 이직 후 업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 의원은 “담합으로 제재받은 기업의 소송을 대형 로펌이 집중적으로 수임하고, 그 로펌에 공정위 퇴직자들이 이직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공정위의 사건 처리 경험과 인적 관계가 기업의 제재 대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