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주행’을 우리나라의 미래를 담보할 핵심 기술로 꼽고 있으나 관련 예산은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역량은 이 분야의 최강자인 미국의 90.8% 수준에 그쳤다. 말로만 자율주행 기술 육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장종태 의원(대전 서구갑)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토교통부·산업통상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경찰청 등 4개 부처의 자율주행 연구개발(R&D) 예산은 8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1396억 원)에 비해 35.9% 줄었다. 지난 2022년 1204억 원이었던 예산은 2023년 1568억 원으로 늘었으나 2024년 1486억 원으로 줄어든 뒤 계속 감소세를 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1000억 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또 국토부의 자율차 상용화 예산은 2024년 429억 원에서 2025년 94억 원으로 78% 줄었다.
이와 함께 후속 계획이 없는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현재 정부는 ‘레벨4’(정해진 운행 영역과 조건 안에서 시스템이 모든 운행 업무를 수행) 상용화 목표를 2027년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 끝나는 자율주행 R&D 사업이 이후에도 계속될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다른 나라와의 기술 격차도 심각하다. 과기부 등의 자료를 보면 한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과 비교해 13.6개월 뒤처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국과의 격차는 2023년 14.7개월, 2024년 14.5개월 등으로 2년간 1.1개월을 좁히는 데 머물렀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미국과의 격차를 3.8개월(2023년 12.2개월→2025년 8.4개월)로 축소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해 중국의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의 93.9%까지 따라붙었다. 유럽과 일본의 수치는 각각 92.4%, 87.9%였다.
상용화 분야에서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뒤진다. 미국 웨이모와 중국 바이두는 레벨4 무인 로보택시로 일반 승객을 태우고 수익을 내는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레벨4 로보택시 운영 지구가 아예 없다. 서울에서 레벨3(시스템이 모든 업무를 담당하지만 운전자가 비상 대기) 택시 19대와 무인 실증차 1대만 운행 중이다.
이 때문에 향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주도권을 완전히 뺏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 의원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치고 나가는데 한국은 홀로 뒷걸음질하고 있다”며 “정부는 2027년 이후의 R&D 규모와 착수 시점을 확정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