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량왜관의 자료전시관 최적 후보지로 꼽히고 있는 중구 동광동 옛 부산유치원 터에 숙박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란 사실(본지 지난 26일자 10면 보도)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반대서명을 받아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고 부산시의원이 5분 발언을 통해 부산시의 부지매입을 요구하는 등 옛 부산유치원터 보전을 위한 각계의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옛 부산유치원 터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200여 명으로부터 '숙박시설 건립반대' 서명을 받아 다음 주 중 부산시에 부지 보전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28일 밝혔다. 부산초량왜관연구회도 다음 달 초 이사회를 열고 '근대건조물인 옛 부산유치원 터를 보존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채택해 부산시에 전달할 방침이다. 부산초량왜관연구회 최차호 회장은 "왜관 가마였던 '부산요'자리에 호텔이 들어서 있는 상황에서 부산유치원 터는 보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부지"라며 "이런 곳에 모텔이 들어서면 역사성이 훼손된다"며 부산시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또 최형욱(동구1) 부산시의원은 이날 시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부지매입 등 대책마련을 부산시에 요구했다. 최 의원은 "근대 물류창고인 '남선창고'가 헐렸고 부산 최초의 근대식 개인종합병원인 옛 백제병원 건물이 방치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유치원인 부산유치원 터마저 모텔에 내준다면 지역의 소중한 문화자원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근대건조물 문화재 보존과 활용에 대한 부산시의 인식과 정책 부재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옛 부산유치원 부지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중구는 30일 건축주와 주민대표 등을 모아놓고 중재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부지매입 등의 대안이 없으면 형식적인 자리가 될 것"이라며 "비난여론을 무마하려는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며 불참의사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