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길(한동대학교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2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대학 등록금 대책과 관련한 대교협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한나라당이 오는 2014년까지 총 6조8000억 원의 국고와 1조5000억 원의 대학장학금을 투입해 대학 등록금을 30% 이상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자, 대학들은 당정의 재정 지원 확대는 환영하면서도 자체 장학금 확대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산대 측은 "특별기금을 확보해 국가장학금 액수를 높이거나 대학 구조조정에 따른 재정 확충을 통해 등록금을 부담을 완화하자는 것이 우리 대학의 기본적 입장"이라며 "이번 대책은 정부 지원이 많이 늘어나는 것이 골자인데 세부사항을 보면서 구체적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외대 박원태 기획부장은 "수도권 사립대학에 비해 등록금 절대액수가 적어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보다 동결하고 정부 지원을 유치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등록금 2년간 동결, 대학 조성 장학금(내년 기준 총 5000억 원 규모) 등의 전제 조건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부산가톨릭대 윤정환 기획정보처장은 "정부 재정지원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등록금 인상을 안해도 되는 대학이 있고, 불가피한 학교도 있을 것인데 일률적으로 동결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우리 대학은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를 계속 연구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이 자체적으로 등록금을 조정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순리"라고 말했다. 그는 "장학금을 늘리는 일도 우리 같은 소규모 대학은 재원 마련이 힘든 것이 현실인데 전국 대학에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면, 결국 수도권 메이저 대학에만 유리하게 돼 지방대학은 또 소외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필요 이상으로 등록금을 과다 인상하고 적립금을 쌓은 수도권 대학이 문제이지 지방대학은 지금도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대학 재정에서 장학금을 확대하라는 것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국 4년제 대학들의 연합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적정 수준으로 완화될 때까지 고등교육비의 정부 부담률 확대 ▷정부의 장학금 지원 확충 ▷대학의 자율성 최대한 존중 ▷기업의 투자와 장학금 기부 증대를 위한 제도 개선 등 4개 항을 정부에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