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남 함양군 휴천면 한남마을 인근 임천강에서 수석 수집가들이 수석과 조경용 자연석을 불법 채취하고 있다. 김인수 기자

- 함양군 "수시로 단속" 말뿐

지리산 기슭인 경남 함양군 휴천면 일대 임천강이 수석과 조경용 자연석의 불법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석 수집가들은 트럭까지 동원해 수석을 캐가는 바람에 하천과 계곡이 황폐해지고 있으나 함양군은 이런 사실 자체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4일 함양군 휴천면 한남마을 임천강 일대. 장마가 일시 소강상태를 보인 이날 2, 3명씩 조를 이룬 10여 명의 수석 채취꾼들이 배낭을 메고 임천강 하천바닥에서 수석을 채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들은 주변 사람들이 쳐다보면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피서온 것처럼 위장한 뒤 수집한 수석을 배낭에 넣어 가져갔다.

인근 주민 등에 따르면 최근 많은 비로 하천바닥 모래와 자갈 등이 쓸려 내려간 뒤 땅속에 묻혀 있던 수석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이를 채취하려는 수집가들이 임천강 일대에 몰려들고 있다.

일부 수석꾼들은 하천에 묻힌 수석을 채취하는 수준을 넘어 산기슭의 바위까지 망치와 곡괭이로 캐 가고 있다. 함양군 휴천면 이모(57) 씨는 "큰 비가 오고 나면 채취꾼이 몰려와 하천을 누비고 다닌다"며 "다양한 모습의 자연석이 가득하던 하천과 계곡이 황폐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용 자연석의 불법 채취도 잇따르고 있다. 함양군 휴천면 정모(67) 씨는 "인적이 드문 야간을 틈타 크레인이 달린 트럭을 이용해 하천 바닥에 널려 있는 자연석을 불법채취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천강에서 수석과 자연석의 불법 채취가 잇따르는 것은 이곳이 지리산의 중상류 하천에 위치해 다양한 모양의 돌이 하천 바닥에 늘려 있기 때문이다.

임천강은 지리산의 뱀사골과 칠선 계곡, 백무동 계곡 등 여러 지천이 모여 전북 남원, 경남 함양군 마천면 휴천면 유림면을 거쳐 생초면에서 경호강과 합쳐진다.

특히 이곳에서 나오는 수석은 모양이 다양한데다 철분이 섞여 있어 검붉은 빛깔까지 나타내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 수집가 사이에는 1개당 수십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관할 함양군은 불법 채취 사실조차 인지를 못하고 있다. 함양군 관계자는 "수시로 하천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실적은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하천에서 수석과 자연석을 불법 채취하다 적발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