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국가의 문화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사회적기업인 남구 대연동 다문화 카페 휴 직원들이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에 위치, 외국 전통차·다과 즐기면서 의상·언어·놀이체험 등 가능
- 월 2~3회 학교서 다문화 교육, 이주민에 대여 '모임방'으로
- 필리핀 등 4개국 5명 이주여성, 일터 넘어 고민 나누는 쉼터

"한국 생활에 적응할수록 이주여성도 자국의 문화를 알리고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제는 한국인들에게 문화를 소개하고 보람도 찾을 수 있는 일을 갖게 돼 매우 기쁩니다."

10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프란시스(41) 씨는 필리핀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유치원이나 학교, 지역 행사장에서 필리핀 문화를 소개하고, 직장인 다문화 카페에서 주부와 아이들의 영어 선생님으로 변신한다.

프란시스 씨는 "한국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워 학교까지 보내고 나니 한국 사회와 이주여성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녀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부산 남구종합사회복지관이 운영하는 예비사회적기업 '다문화카페 휴' 활동을 통해서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카페 휴'

부산 남구 대연동 못골시장에는 이주여성과 함께 그들의 문화와 차를 즐기는 이색 카페가 자리 잡고 있다. 못골시장 안쪽에 있어 찾기는 쉽지 않지만, 이곳에 들어서면 외국 전통차와 다과를 즐기면서 외국 의상체험부터 언어체험, 놀이체험 등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다. 2009년 문을 연 다문화카페 휴는 결혼이주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고, 직업인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09년 고용노동부의 사회적일자리 창출사업 지원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된 상태다.

카페 휴는 필리핀, 중국, 일본, 태국 등 4개국 5명의 이주여성과 한국인 신은영 점장이 참여하고 있다.

카페 휴에서는 차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다문화 교육사업'을 통해 한 달에 2~3회 초등학교, 지역아동센터, 유치원을 방문해 아동과 학생들에게 다문화를 알려왔다. 단순한 외국어 교육이 아니라 전통의상과 음식 등을 체험하며 진행하는 수업 방식이라 아이들의 반응도 좋아 곧잘 따른다고 한다. 학생들은 다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우고 다문화가정과 아동, 이주민들이 함께 공존하며 상생하는 법을 배웠다.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이주여성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언어도 배울 수 있다.

'찾아가는 다문화 카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행사가 있는 곳이면 찾아가기도 한다. 신은영(29) 점장은 "교육에서 이뤄지는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체험할 때 효과가 큰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각국 출신 이주여성들이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들이 각국의 문화를 몸소 확인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에서 진행하는 각종 복지행사에서 다문화카페의 상품 인기는 단연 돋보인다고 한다.

이밖에 휴에선 베트남 커피, 일본차, 중국차 등 각국의 음료와 다과를 맛볼 수 있고 이주여성이 현지에서 구해 온 전통의상과 책, 기념품도 전시하거나 판매 중이다. 이주여성들이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을 통해 자립을 돕고 있기도 하다. 카페의 역할 뿐 아니라 이주민들을 위해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어 '모임방' 역할도 하고 있다. 신 점장은 "아직은 찾는 손님들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 홍보를 통해 지역민들도 자연스럽게 즐겨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일도 하고 자아실현까지 너무 좋아요"

카페 개업 때부터 함께 해온 필리핀인 프란시스 씨. 남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한국어 교육을 받던 중 다문화카페에서 일하게 됐다. 그전에는 공장에서 일했지만 업무에 만족할 수 없었다. 영어 능력을 살려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는 "지난 2년 동안 근무를 하며 커피제조 및 쿠키 제작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기뻤고,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다 보니 마음도 편해졌다"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영어교육 및 필리핀 문화체험 교육을 하며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이곳에 오면 각국의 여성들이 한국말로 자신들의 고민도 이야기하고 대화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휴'는 이들에게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따뜻한 쉼터이기도 하다.

다른 직원들도 카페 일을 배우면서 삶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이주여성들에게 쿠키 만드는 법, 천연비누 만드는 법 등을 가르쳐 주며 자립의 기반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근무를 하면서 이주여성들과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이곳은 나에게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운 일터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출신의 미스즈(46) 씨는 "다문화카페 휴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돼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와 안정적인 정착생활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 권혜정 사회복지사

- "사회적기업 자립 위해선 지역민의 관심·후원 필요"

다문화카페 휴의 운영과 지원을 맡고 있는 남구종합사회복지관 권혜정(25·사진) 사회복지사는 사회적기업이 자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지역 기업, 주민들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올해 개점 3주년을 맞은 만큼 다문화카페의 외부 교육 및 문화생활 체험 프로그램을 내실있게 다지고 지역 주민들에게 적극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예비 사회적기업이지만 내년 2월부터는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거나 자립을 해야 한다. 착실한 준비를 통해 많은 이주여성들이 근무하는 곳이자 쉼터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카페 휴는 직원들의 인건비와 사회보험료의 80%를 고용노동부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나머지 20%는 판매 수익으로 충당해야 한다. 더욱 많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지역 기업이나 공공시설 내에 다문화카페 2호점을 여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권 씨는 "정부 지원을 받는 상황에서 임금을 지급하고 매장 임대료를 내면 이주여성들을 재교육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며 "고용을 늘리고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직업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매장 수익을 늘리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 휴는 후원자들의 작은 정성이 모여 완성됐다. 지난해 동구 초량동에서 못골시장 안으로 이전할 때 복지관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힘을 모아 인테리어를 새로 해줘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지역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들고자 한 달에 한번 주민초청행사를 진행하는 등 사회 환원에도 노력하고 있다.

권 씨는 "지역 주민과 이주여성 간 소통할 수 있는 곳으로 되도록 많은 사람이 오게끔 홍보하고 있다. 요새는 페이스북, 블로그 등 다양한 인터넷 매체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젊은 주부들이 아이들과 함께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페 휴가 여성에게 일할 기회를 주고 지역민들에겐 복합문화체험공간으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자체와 주민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직원들도 기업 스스로 생존을 위해 노력하고 다국적 문화를 전파하는 활동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카페 휴는 앞으로도 이주 여성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문적 직무교육을 시행하는 등 독립생활의 기틀을 마련하는 사업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