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가 쏟아진 지난 10~11일 낙동강 하구는 무서웠다. 낙동강의 대준설로 옛날보다 빨라진 강물이 노도처럼 하구로 밀려들었다.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집어삼킬 기세였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10일 0시20분을 기해 낙동강 하류(함안 진동, 삼랑진, 구포 지점)에 홍수주의보를 발령했다.  

구포지점의 수위는 10일 17시50분에 4.58m(주의보 기준 수위 4ｍ)까지 올라갔다. 홍수통제소 직원들은 긴장했다. 문제는 조위였다. 바닷물이 밀려드는 고조기(만조)가 되면 강물이 정체되기 때문. 이날 조수는 16시46분부터 고조기였고 23시6분부터 저조기였다. 22시부터 다행히 수위가 4.50m로 떨어졌고 호우도 조금 잦아들었다. 바닷물이 빠지면서 강물의 정체도 서서히 풀렸다. 구포지점의 홍수주의보는 12일 새벽 1시10분에 해제됐다.

이번 홍수로 낙동강 하류의 함안보 공사장과 부산의 화명, 삼락, 대저, 맥도 둔치의 시설물이 대부분 물에 잠겼다.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구포지점 수위가 증가할 때 고조기였다면 홍수피해가 더 컸을 것"이라며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4대강 대준설과 보 설치 이후 낙동강 홍수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준설 효과로 홍수 시 낙동강 본류의 수위가 1~3m 가량 낮아졌고,  유량은 많아진 반면 유속이 빨라져 하구의 전반적인 소통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8개 보가 준공돼 9월부터 담수가 되면 낙동강의 물그릇이 종전의 약 2.5억㎥에서 최대 4배가 증가한 10억㎥로 커진다. 태풍이나 게릴라성 집중호우가 쏟아질 경우, 이것이 자칫 하류권의 '물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토해양부는 대규모 준설이 통수단면을 증대시켜 물 흐름을 원활케 하고, 대형 보로 흐름을 제어하면 홍수조절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환경단체들은 대형 보가 하천의 체증을 유발시켜 도리어 홍수위험을 가중시킬 것으로 본다.

부산가톨릭대 김좌관(환경공학) 교수는 "낙동강 물그릇이 최고 4배나 커진 상태에서 집중 호우가 쏟아지고 설상가상으로 고조기나 대조기(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큰 시기)를 만나면 하류에 재앙이 따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김동권 소장은 "보 설치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수리·수문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홍수예보시스템 모형을 만들어 과학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