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낙동강 하류 집중호우로 물에 잠긴 부산 화명강변공원 일대.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홍수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예년 집중호우보다 본류 수위 2.4m↓" 수자원公·홍수통제소 홍수예방 주장
- 국토부 "보 담수해도 범람 없을 것"

- 환경단체 "본류 수위 큰 의미 없어"
- 사업구간 농경지 1300여 ㏊ 침수, 피해액 감소엔 "단순 비교 안돼"

- 전문가 "대형 보가 강물 흐름 막아"
- 수자원학회도 "홍수위 저감효과 미미"
- 환경단체, 정보 투명하게 공개 촉구

"4대강 준설로 수위가 내려가 수해방지 효과가 있었다. 사업이 완공되면 앞으로 홍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6월 27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발언)

"대규모 준설과 직강화로 수량이 많아졌고 유속이 빨라져 지류와 하류부의 홍수피해가 더 커졌다. 홍수예방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다."(7월 14일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성명)

4대강 사업의 핵심 목적 중 하나인 홍수예방을 둘러싼 논란이다. 정부와 환경단체의 시각이 정반대다. 무엇이 진실일까.

■정부 "이제 홍수와도 안심"

	지난 10일 집중 호우가 내린 경남 창녕군 합천보 주변. 이날 합천보는 14.61m(관리수위 10.5m)까지 수위가 올라갔다.

준설로 낙동강 본류 수위가 떨어진 건 사실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낙동강 준설로 인해 지난 7~10일 집중 호우 기간 동안 하류쪽의 수위가 2.4m내려갔다"고 밝혔다. 함안보의 수위는 10.03m(관리수위 5m), 합천보는 14.61m(관리수위 10.5m)까지 올라갔지만 예년 같은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경북도 역시 같은 기간 집중호우에도 경북 구간의 낙동강에는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낙동강 사업이 홍수예방 효과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낙동강홍수통제소가 밝힌 통계도 수위 저하를 뒷받침한다. 낙동강과 남강이 만나는 진동(함안) 지점의 수위는 지난 2002년 8월 태풍 루사(강우량 201㎜)때 11.4m였고, 2003년 9월 태풍 매미(강우량 224㎜)때 11.71m, 2006년 7월 태풍 에위니아(강우량 221㎜)때 9.76m였다. 그런데 지난 7~10일 낙동강 관내에 내린 비는 약 230㎜로 진동 수위가 8.67m로 나타났다는 것. 비슷한 강우량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1~3m의 수위 저하가 생겼다.

낙동강홍수통제소 김동권 소장은 "본류 수위가 낮아지면 지류도 개선되는 것 아니냐"면서 "하류 부분의 소통력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내년에 제2 하굿둑이 완공되면 문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보 운영과 관련,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보의 담수는 9월부터 시작할 계획이며, 많은 비가 오더라도 보의 고정 수위가 하천 내의 고수부지보다 낮아서 범람으로 인한 홍수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현재 기존의 댐과 지류, 저수지 등과 연계한 보 운영 매뉴얼을 마련 중이며, 이번 홍수기에 시험 적용을 해보고 검증, 보완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본류 수위 저하는 큰 의미 없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홍수예방 효과를 속단할 단계가 아니며 오히려 홍수 위험이 더 높아졌다고 반박한다.

인제대 박재현(토목공학) 교수는 "강물의 유량과 유속, 수위를 비교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로서 낙동강 유역이 엄청나게 넓은 만큼 언제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가 중요한데, 정부측 발표는 공학적 자료에 근거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설령 본류 수위가 떨어졌다고 해도 수위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에 지류와 하류부의 홍수피해를 보면 예년과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호우로 경남지역에는 8395㏊의 농경지 침수가 발생한 가운데 낙동강 살리기 사업 구간에서는 창녕 1045㏊, 밀양 225㏊, 합천 55㏊ 등 모두 1300여 ㏊의 벼와 시설채소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런 상황에서, 소방방재청은 지난 14일 "올해 장마기간 집중호우 때 4대강의 수위가 낮아졌고 피해액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남도 낙동강 특위 박창근(관동대 교수) 위원장은 "정부는 당초 낙동강 준설이 완료되면 주변 30㎞ 이내에서는 침수 등 홍수피해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면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보 운영 매뉴얼 등을 공개하고 문제점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 내놓고 토론해야

지형 전문가인 오경섭 한국교원대 교수는 지난달 '합리적인 치수 관점에서 본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란 소논문을 통해 "4대강 사업은 당초 목표로 잡은 홍수 문제 해결, 수자원 확보, 수질 개선 어느 것 하나도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는 "준설로 통수단면을 아무리 넓혀도 대형 보가 흐름을 막고 있다면 자연상태보다 하천의 배수 능력은 절반 정도로 떨어지게 된다"면서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홍수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공개된 한국수자원학회의 보고서에도 4대강 사업의 절차·내용의 문제점이 적시돼 있다. "준설이 홍수위 저감 효과가 있다고 홍보하는 자세는 매우 단견적이고 하천수리학적 이해의 결여에서 나온 발상이다." "보(수문)가 건설되고 홍수위가 장기간 정체되고 있을 경우에 준설로 인한 홍수위 저감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한국수자원학회는 토목·환경·방재 등 '물' 관련 분야 학자, 전문가 280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4대강 비판을 자제해왔다. MB 정권 막바지에 이들이 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을 거론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본지 취재진과 지난 주 낙동강 현장조사를 함께 벌인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대준설로 낙동강의 유속이 빨라지면서 왜관철교 붕괴 및 구미 취수장 사고, 지류의 역행침식 등이 일어났다"면서 "보가 들어선 후 어떤 변화가 나타날 지에 대한 정부 측의 시뮬레이션 제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더 복잡해진 홍수예보·통제

- 댐 방류량에 지류·지천 유량 적용
- 8개 보 수위까지 종합 분석해야

4대강 사업과 함께 국토해양부(홍수통제소)의 낙동강 홍수통제시스템이 한층 복잡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낙동강 홍수통제소 관계자는 17일 "종전에는 댐 방류량을 기준으로 하는 수리학적 모형 프로그램을 적용했는데, 지금은 지류 지천의 유량과 유속까지 반영하는 수문학적 모형을 함께 적용해 예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에 따른 변수를 더해 홍수예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낙동강 본류의 8개 보에 물이 채워지면 더 복잡해진다. 홍수 예측이 정확해야 하고, 보 수위를 얼마로 하고, 언제 가동보를 열어 홍수대비를 해야할 지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대처해야 하기 때문.

전문가들은 "낙동강의 물그릇이 종전의 2.5억㎥에서 4배로 커지게 되면 홍수통제소가 운영 중인 홍수예보시스템, 하천수 관리, 유량조사, 수문조사 등을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유량조사사업단 등에서 용역과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자료는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관계자는 "수리 수문, 이수 치수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에 맞는 프로그램과 모델을 개발해 시험 적용 중이다"라고만 밝히고 있다.

낙동강 수계의 홍수관측소는 총 205개(수위 91개, 우량 114개).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9월 대구 비슬산에 강우레이더를 설치, 낙동강 유역의 집중호우, 돌발강우 등을 24시간 감시하고 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 홈페이지에는 낙동강 유역내의 우량, 수위, 댐 관련 자료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인프라 보강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지구촌의 기후 변화로 예측 곤란한 게릴라성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높아져 홍수통제 역시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 30여년 간 낙동강 구석 구석을 답사해 온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는 "한강은 상류 댐 몇 개만 체크하면 유량이 나오지만, 낙동강은 직접 지류만 90개가 넘고 유역구조가 복잡해 홍수관리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또 "갈수기에 8개 보가 체증이 되고, 만조가 겹칠 경우 하구의 소통력이 떨어져 재앙을 맞을 수 있는 만큼 지금이라도 자연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