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의 범람으로 침수됐던 부산 사상구 삼락강변공원에서 17일 관계 직원들이 정비 작업을 하고 있다.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화명·삼락공원과 맥도생태공원
- 불어나는 물속으로 자취 감췄다 물빠지자 진흙 범벅 모습 드러나
- 체육시설엔 흙탕물·쓰레기 천지, 수목·화초 생기 잃고 고사 직전
- 엿새간 민-관 공동 복구작업 불구, 일부 물놀이장 제때 개장 힘들 듯

이명박 정부의 대표 국책 사업인 4대 강 사업으로 조성된 부산지역 낙동강 변 공원들이 이번 장맛비에 초토화했다. 이번 폭우로 낙동강 둔치에 대한 공원 조성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시작된 이후 가장 심한 침수피해를 가져왔다.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 강변공원에 또다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복구작업을 벌이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폭우가 할퀴고 간 낙동강변 공원의 지난 일주일을 들여다봤다.

■본류와 구분 사라진 강변공원

지난 11일 오전 부산 북구 화명강변공원은 흙탕물로 뒤덮여 낙동강 본류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전날부터 물에 잠긴 화명강변공원에서는 야구장과 테니스장, 농구장 등 일부 체육부지가 강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낙동강살리기 사업 4·5공구 공사와 관련한 차량 등 장비도 물에 잠겨 있었다. 멀리서 화명강변공원을 바라보던 시민들이 "공사 장비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 아니냐"고 할 정도였다. 화명강변공원은 국·시비 446억 원을 투입해 정비한 곳으로, 낙동강 살리기 선도 사업으로 지정돼 지난해 10월 4대 강 사업의 첫 성과물이라며 대대적인 준공식을 갖기도 했었다.

이날 화명강변공원을 비롯, 사상구 삼락강변공원과 강서구 맥도생태공원 등 낙동강변의 시내 생태공원 모두가 이번 폭우로 물에 잠겨 자취를 감췄다. 특히 각 지자체가 맡아오던 낙동강변 생태공원 관리권이 올해부터 부산시로 이관, 부산시가 낙동강사업본부라는 별도의 조직까지 만든 첫해에 이 같은 최악의 침수상황이 벌어지면서 관계 공무원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낙동강 하류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된 것은 2007년 태풍 '나리' 이후 4년 만에 처음이었다.

■진흙 도배…수목 고사 위기

	지난 10일 남부지방에 내린 집중 호우로 경남 합천군 낙동강 지천인 덕곡천 인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4대강 사업 이후에도 지천의 홍수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 제공

낙동강변 생태공원들은 지난 13일 오후에서야 서서히 윤곽을 드러냈다. 하지만 흙탕물에, 진흙이 범벅된 상태였다. 깔끔히 정비됐던 공원의 모습은 강물과 함께 씻겨 내려간 듯했다. 이날 삼락강변공원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는 시멘트 바닥이 아닌 진흙 바닥으로 변해있었다. 북쪽 끝자락에 있는 수관교 부근의 인라인스케이트장은 바닥 역시 진흙으로 뒤덮였고, 축구장과 럭비장 야구장 등에는 여전히 물이 고인 상태였다. 수관교 방면 일부 도로 구간은 진흙이 많이 쌓여 통행을 제한했다.

삼락강변공원에 조성됐던 루드베키아 군락지도 침수로 인해 곳곳에서 꽃들이 쓰러져 있었다. 복구 작업에 나선 인부들이 꽃과 줄기에 물을 뿌려 진흙을 씻어내고 있었지만 다시 꽃을 보기는 힘들 듯 허약했다. 사흘 이상 물에 잠겼던 수목의 고사가 불 보듯 뻔했다.

화명강변공원 역시 공원 내 목재덱으로 된 생태탐방로와 산책로는 물론 초지의 수목들은 진흙으로 옷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일부 체육시설에는 쓰레기가 보였고, 공원 전체는 폭우로 인한 깊은 생채기를 보여주듯 거대한 뻘밭으로 변해 있었다.

■대규모 정비작업 돌입

침수 사흘이 넘어서야 강변공원의 모습이 드러나자 부산시의 대대적인 정비작업이 시작됐다.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는 지난 12일부터 17일까지 살수차와 복구인력 등을 대거 투입, 닷새째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근 구청과 지역 자생단체가 참여하는 공동작업도 진행됐다. 복구작업은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실시되고 있다. 엿새 동안의 정비작업에 투입된 인력만 5000여 명이나 될 정도였다. 도로와 체육시설 등의 진흙이 물에 씻겨 내려가고, 흙탕물을 덮어썼던 수목들도 '목욕'을 했지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걱정이 들 정도로 허약해진 상태였다. 추후 완전 복구에 상당한 시일과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달 말 개장 예정이던 화명강변공원 야외수영장에 대한 복구작업도 벌이고 있으나 개장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다만 시민에게 인기가 좋은 삼락강변공원 어린이야외물놀이장은 집중적인 복구작업을 벌인 끝에 개장 예정일인 지난 14일 정상적으로 개장했다.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는 이번 주 내로 낙동강 변 공원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정비를 벌여 모든 작업을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 수해 피해 낙동강 현장

- 무너져 내린 '호국의 다리' 아직 방치, 수도 중단·농지 침수 등 물난리 여전
- "4대강 사업 탓"- "오히려 피해 줄어"
- 지역 환경단체와 정부 치열한 공방

"저 처참한 꼴을 왜 그냥 두는지 모르겠어. 어떻게 좀 해야지. 저걸 매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안 좋아…."

남부지방의 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찾아온 지난 주말,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낙동강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부근에서 만난 주민 윤태호(58) 씨는 연방 혀를 끌끌 찼다. 그는 "4대 강 공사를 한답시고 강을 지나치게 판 것이 원인일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불어난 강물에 맥없이 무너진 호국의 다리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칠곡군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다리의 출입을 통제하고, 바로 옆 신 왜관교의 차로를 좁혀 임시 보행로를 만들었다.

비슷한 시각, 구미시 고아읍 괴평리 구미정수장 앞 낙동강에서는 지난달 30일 불어난 강물로 파손된 상수도관을 보수하느라 굴착기와 덤프트럭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관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15일에야 파손된 상수도관을 새 관으로 교체해 물 공급을 재개했다.

이들 사고를 놓고 환경단체들과 당국은 "4대 강 사업 때문이다" "아니다" 하고 격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난 장맛비로 낙동강 중 하류 지역 곳곳은 예년과 다름없는 물난리를 겪었다. 합천보 바로 위 낙동강 본류와 합류하는 회천과 덕곡천 일대는 역행침식으로 곳곳이 침식되었으며, 회천 수위가 높아지면 경북 고령 쪽 배수장 앞 제방이 붕괴될 우려도 낳고 있다.

함안보와 1㎞가량 떨어진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장포들녘 일대는 낙동강 본류와 합류되는 남강 둑의 토사가 곳곳에 무너져내려 농경지를 덮어 버린 곳이 많았다.

지난 5월 봄비로 침식현상이 발생한 낙동강 달성보 인근의 용호천은 이번에 또다시 역행침식으로 가로 30m, 세로 20m가량이 붕괴됐다. 대구지역 환경단체들은 최근 발생한 경북 성주와 고령의 참외와 수박밭, 상주의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4대강 사업과 직간접 관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 등은 4대 강 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홍보하고 있다. 홍수피해를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 태풍이나 집중 호우가 쏟아질 때마다 재연될 것 같았다.


# 부산시 홍용성 낙동강사업본부장

- "民·軍과 협력 등 체계적 복구 시스템 도입 필요"

부산시의 이번 낙동강 변 공원 침수피해 복구작업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홍용성(56·사진)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장은 17일 "전 직원과 인근 구청 인력 등이 투입돼 복구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지난 15일 기준으로 화명강변공원은 90%, 삼락강변공원은 60% 정도 정비작업이 끝났다"고 말했다.

홍 본부장은 "행정기관의 힘만으로는 8671㎢에 이르는 넓은 낙동강 둔치지역의 침수피해를 복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므로, 앞으로 민·관·군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낙동강 둔치관리 협의회'를 구성해 청소구역 지정 및 관리, 침수 피해 최소화 방안 등을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며 "이번 홍수피해를 통해 복구작업을 위한 장비나 인력 동원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홍 본부장은 올해 초 낙동강사업본부 출범과 함께 초대 본부장으로 부임했다. 홍 본부장은 "복구작업을 예정대로 마쳐 이번 주부터는 시민들이 시설을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