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시 낙동강과 병성천이 만나는 합류 지점.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흰수마자 서식지였으나 준설 이후에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박창희 기자

- 먹이사슬 공급원 저서생물들 하상 뒤집히고 습지 파괴에 種 다양성·개체수 크게 감소
- 멸종위기 1급 귀이빨대칭이 수천마리 폐사한 채로 발견, 예천선 수달과 백로 사라져

낙동강은 저서생물, 특히 대형무척추동물들의 '큰 집'이다. 저서생물(底捿生物)은 강이나 바다, 호수의 낮은 바닥에 산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 생태계 먹이사슬의 공급원이란 점에서는 어류 못지않게 중요하다. 강이 이것들을 거두어 키우는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변란'이 일어났다. 대대적인 준설 공사로 인해 하상이 뒤집히고 엄청난 수변 습지가 사라졌다. 밤낮으로 포크레인의 삽날이 밀려들었고 무시무시한 흙탕물이 일었다. 수중 난민들은 어디 호소할 길 없이 죽거나 적응하거나를 선택해야 했다. 4대강 사업의 불똥이 저서생물의 수중 평화를 깨뜨린 것이다.

■수중 난민 된 저서생물들

낙동강지키기 부산시민운동본부와 환경단체인 생명그물이 지난달 11~13일 낙동강 본류 8개 지점에서 조사한 저서생물 1차 생태조사는 '예상대로' 충격적이었다. 낙동강 본류 중 함안보, 합천보, 칠곡보 부근의 서식환경은 무차별 파괴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물과 뜰채에 걸려나온 것은 함안보 아래에서 3종(10개체), 합천보 위에서 11종(87개체), 칠곡보 아래에서 1종(1개체)이 전부였다. 종 다양성이 극히 취약함을 보여준다.

생명그물 김정오 생태조사실장은 "조사가 이뤄진 중·하류부 몇 곳은 저서생물 서식공간이 대거 소멸한 상태였다"며 "더 이상의 추가 준설 및 인공시설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류라 해도 준설이 이뤄지지 않은 경북 상주보 상류와 구미 감천 합수부에서는 종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어 대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중에는 하루살이목이 14종(37.8%)으로 가장 많았으며, 잠자리목 7종(18.9%), 연체동물문 4종(10.8%), 노린재목, 파리목이 각각 3종(8.1%)이었다. 생태계의 건강성을 체크할 수 있는 종 다양성과 함께 균등도, 종 풍부도가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도 문제였다.

김정오 실장은 "저서생물은 적응력이 강해 웬만큼 안정이 되면 자연 회복이 된다"면서 "경북 낙단보 근처의 수변 정비 구간에서 그런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귀이빨대칭이의 수난

경남 합천보 위 덕곡천 일대는 귀이빨대칭이(멸종위기 1급)의 집단 서식지로 나타난 곳. 그런데 지난 4월 여기서 수천 마리의 귀이빨대칭이가 폐사한 채 발견됐다. 원인은 과다 준설로 인한 수위 저하. 당국의 무분별한 준설공사가 멸종위기종을 '위기'에 빠트린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이 지점은 누락돼 있었다. 우연히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진짜 '멸종'을 부를 뻔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귀이빨대칭이는 합천 덕곡천과 밀양 삼랑진 등지의 본류·지류 합수부에 9000개체 이상 서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식지 자체를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마창환경연합 배종혁 의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귀이빨대칭이 서식지 보전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조사를 제안했지만 거절 당했다"며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가 되려면 이런 부분에까지 세심한 신경을 써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귀이빨대칭이 같은 조개류와 납자루과의 물고기는 공생·상생 관계에 있어 조개가 없어지면 물고기도 없어진다"면서 생태계가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수달은 어디로 갔을까

경북 예천군 지보면의 낙동강 본류와 주변 습지는 수달이 서식하고 백로가 날아들던 곳이었다. 하지만 4대강 준설공사로 넓었던 강은 준설토로 단단하게 다져지면서 습지의 모습이 아예 사라져버렸고, 강변 버드나무 군락지를 은신처로 삼던 수달과 백로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지보면 매창리의 한 주민은 "강변에서 수달 발자국과 배설물 등을 간혹 보곤 했지만 4대강 사업 이후 이를 봤다는 주민은 없다"며 "조용한 농촌마을이 대규모 준설과 농지 리모델링으로 어수선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이곳이 고향인 부산대 주기재(생물학과) 교수는 "수달이 많이 살던 곳인데 서식처 파괴로 거의 사라졌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이 구간만 문제가 아니고, 낙동강 전체 생태계가 이러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4대강의 낙동강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준설에 따른 먹잇감 감소로 천연기념물인 수달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도, 공사 후 먹잇감이 늘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해 놓았다. 하지만 결과는 수달의 실종이다.

■물고기들도 비명

경북 상주시 중동면 상주보 아래 낙동강과 병성천의 합수부. 이곳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 서식지였으나, 최근 흰수마자를 본 사람이 거의 없다. 흰수마자는 낙동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한국 특산어종. 낙동강 상주~구미 구간(약 28㎞)이 주요 서식지이지만 이 구간에 상주보, 낙단보, 구미보가 세워지고 있어 서식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흰수마자는 수심이 깊지 않은 지류·본류 합수부의 모래톱이 주 서식지인데, 대대적인 하상 준설을 해 버렸으니 어떻게 살지 솔직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낙동강의 어류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생명그물과 강살리기네트워크가 낙동강 주요 지점 8곳에서 그물을 던져본 결과, 함안보 하류 본포교 부근(4종), 칠곡보 하류 제2왜관교 아래(5종), 낙단보 하류 낙단대교 아래(5종)에서 각각 4~5종이 발견됐을 뿐이다. 단순 비교는 무리가 따르지만, 지난해 비슷한 지점에서 이뤄진 국립환경과학원 조사와 견주면 1/3 수준으로 줄었다.

저서생물 서식공간이 파괴되고 어종이 격감한 것은 낙동강 생태계의 분명한 이상 신호다. 변화 추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낙동강 수생태계를 되살리는 종합 보존대책이 절실해 보인다.


# 낙동강 8개 대형 보에 물 채워지면…

- 호수化로 쉬리 등 여울 선호종 위기
- 깊은 수심 견디는 메기 등 번창
- 호수바닥 사는 실지렁이 늘 듯

쉬리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낙동강의 변화는 보 건설과 준설로 끝나지 않는다. 준설은 어쩌면 일시적 수생태계 교란으로 그칠 수 있지만, 보는 항구적으로 강을 호소화(湖沼化)시킬 수가 있다.

오는 9월부터 낙동강의 8개 보에 물이 채워지면 낙동강은 20~40㎞씩 구간 구간 나눠진 호수처럼 변할 가능성이 높다. 평균 수심이 종전의 1~3m에서 4~6m로 깊어지고, 통수단면이 확장되어 강의 물그릇이 종전의 약 2.5억㎥에서 최대 4배가 커진다.

수생태 환경이 변할 것은 불문가지. "앞으로 수심 4~6m에 견디는 메기, 배스, 붕어 같은 어종들이 주로 남겠죠. 모래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흰수마자, 모래무지 같은 건 줄 것 같고요. 저서생물들도 모래기반의 생물은 없어지고 호수 바닥에 사는 실지렁이가 늘 것으로 봅니다." 부산대 주기재(생물학과) 교수의 설명이다.

유수성(流水性·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성질) 어종보다 정수성(靜水性·고인 물을 좋아하는 성질) 어종들이 늘어날 것이란 예상도 충분히 가능하다. 급하게 흐르는 여울을 좋아하는 돌마자, 밀어, 쉬리, 꺽지 등과 평범한 여울을 선호하는 모래무지, 몰개, 흰수마자 같은 유수성 어종의 운명이 벌써부터 걱정된다. 정수성 어종인 납자루, 붕어, 잉어, 참붕어, 가물치, 누치, 끄리 등은 그나마 적응이 쉬울 수도 있다.

생명그물 이준경 정책실장은 "낙동강의 모래톱과 얕은 수심이 그동안 종 다양성의 버팀목이었는데, 수생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상황이니 앞으로 어떤 변화가 나타날 지 예측이 쉽지 않다"고 했다.

갈수기의 수질 오염도 걱정이다. 보에 갇힌 강물이 고수온을 만나면 녹조현상이 일어나 물이 썩기 때문. 그땐 수생태계가 또한번 뒤집히게 된다. 토목공사를 속도전으로 끝낸 4대강 사업은 이제부터 '생태계 복원'이란 중차대한 과제와 힘겨운 씨름을 해야 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