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 잃은 일웅도

지난 26일 오후 찾아간 일웅도(부산 사하구 하단동)는 이미 자연이 아니었다. '이곳이 정말 천연기념물(철새도래지) 자리가 맞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무성한 버들군락과 습지, 갈대밭 속의 아기자기한 오솔길은 온 데 간 데 없고, 민둥산 같은 벌판은 빨간 깃발과 포클레인이 점령하고 있었다. 문화와 생태, 추억의 상징이었던 일웅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일웅도 가운데에 커다랗게 뚫린 타원형 수로에는 빗물이 들어차 있었고, 경사면과 골을 따라 부분적으로 물옥잠, 고랭이, 세섬매자기 등 습지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이 부분만 본다면, 자연의 복원력이 공사 속도보다 더 빠른 것 같았다. 향후 인위적 습지 관리가 어려울 수 있음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사무국장과 이근희 부산시 낙동강사업본부 사업부장은 곳곳에서 이견을 노출했다.

"수로가 전반적으로 좁고, 경사가 너무 급한 것 아닙니까? 1대 3, 1대 5 정도로 보이는데, 양서류가 살려면 1대 8 정도는 돼야 합니다. 수로 밑부분에 석축을 쌓는 것도 인위적이라 봅니다."(김경철 국장)

"저 정도 경사가 적당합니다. 보시다시피 최근 내린 비에도 곳곳에서 세굴이 일어납니다. 그냥 두면 계속 무너지기 때문에 아랫부분의 석축은 필요합니다."(이근희 부장)

"일웅도 상단부는 지금이라도 최대한 자연 상태로 놔둬야 합니다. 전망이 얼마나 장쾌합니까. 인위적 시설물이 전혀 필요없는 곳입니다."(김경철 국장)

"저곳엔 전망 덱을 설치할 계획입니다. 접근성을 높여야 시민들이 좋아합니다."(이근희 부장)

의견 충돌 와중에도 이근희 부장은 "시민단체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공사를 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김경철 국장은 "말로만 보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문서로 확인해줘야 한다"고 맞섰다.

일웅도에서 베어낸 자생 버드나무와 갯버들은 한곳에 몽땅 모아져 있었다.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모두 2240그루로 일웅도 수목 식재 때 모두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와 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은 29일 일웅도를 방문, 현장의 문제점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둔치 생태공원 자연성 경시

4대강 사업에 포함된 삼락 화명 대저  맥도 둔치에서도 각각 생태공원 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곳곳에 준설토 적치장이 들어서 있지만, 준설이 마무리되면 대부분은 생태공원으로 태어난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용 측면이 강조되고 자연성이 소홀히 다뤄지는 설계여서 여전히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학계와 환경단체 관계자들로 구성된 부산권 생태공원 사업 검토위원회(가칭)는 최근 두 차례 회의를 통해 개선 및 보완 의견을 부산시에 전달했다. 검토위는 맥도지구(낙동강 2공구)의 경우 저수 호안부에 버들군락지를 복원하고 경사도를 현행 1대 5에서 1대 10으로 낮춰 줄 것을 요구했고, 삼락지구(3공구)는 수로형 대체습지를 낙동강과 연결된 대규모 자연형 습지로 조성할 것을 요청했다. 화명지구(4공구)는 하중도 크기를 축소하거나 없애고, 산책로를 수변부에서 15m 이상 이격할 것을 요구했다.

대저둔치의 경우 과다한 유채밭(37만㎡) 조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경철 국장은 "생태적 가치가 높은 신덕습지는 경관 보존과 자연성 유지가 반드시 필요한 곳"이라며 유채밭 면적 조정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는 "삼락지구의 습지 형태 변경은 공사 일정과 사업비 때문에 곤란하고, 맥도지구 저수호안부의 완경사는 기존의 습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당초 계획(1대 5)대로 유지해야 하며, 신덕습지 유채밭은 조정을 검토해 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동아대 김승환(조경학과) 교수는 "보완은 조금 한 것 같은데 흡족하진 않다"면서 "자연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 미래지향적인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권 사업의 허실

국토부와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권의 4대강 사업 예산은 4094억 원(평균 낙찰률은 65%선)이다. 수자원공사가 시행하는 제2하굿둑(배수문 증설 사업) 건설비(2400억원)는 별도다. 관심이 쏠린 일웅도 등의 생태경관 사업에는 460억, 서낙동강 에코벨트 사업엔 100억 원이 반영돼 있다. 부산시는 맥도강 물길트기 등 몇가지 숙원사업이 해결됐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산으로선 서낙동강의 대대적인 준설과 정비가 절실한데 그게 거의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한다. 

부산시와 환경단체가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을숙도~일웅도 생태이동통로 사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을숙도 생태이동통로는 이 지역에 사는 고라니나 노루, 수달 등 동물들이 하굿둑 도로를 건널 수 있도록 폭 30m, 길이 50m 가량의 육교식 건널목을 만드는 사업이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4대강 추가 사업비로 72억 원을 정부에 요청해놓고 있다.

# 4대 강 유지·관리 비용은

- 관리 주체 지자체로 넘어올 땐 예산난 불가피

4대강 사업에 따라 낙동강에는 400여㎞의 생태하천과 68개의 생태하천공원이 만들어지고 있다. 부산에는 삼락 화명 대저 맥도 을숙도(일웅도) 등 5곳, 경남에는 창원 함안 창녕 의령 등 10곳이 각각 조성되고 있다.  앞으로 문제는 향후 유지 관리다. 

경남 창녕군의 경우, 낙동강 4경인 남지읍과 5경인 이방면 죽전 등 5개소에 생태공원이 조성되고 있어 어느 곳보다 촉각이 곤두서 있다. 창녕군 관계자는 "현재 국가하천 유지관리비로 연간 4000만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4대강 사업 이후 관리 주체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이보다 최소 10배 이상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올해 공사가 마무리되는 전국 4대강의 보·생태공원·자전거 길 등의 체계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내년부터 연간 24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1956㎞)을 포함해 국가하천 61개소 2979㎞의 유지보수비가 포함된 액수여서 실제로는 많은 게 아니다. 

정부는 하천 점용료와 골재 판매 수입, 둔치의 주차장, 체육시설 임대 등 친수시설 수익사업 등을 통해 지자체의 유지보수비를 충당케 할 방침이지만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 낙동강공동체 김상화 대표

- "4대강 사업은 강-인간 공존문제 뼈아프게 깨우쳐"

"강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

낙동강공동체 김상화(59·사진) 대표가 늘 해온 말이다. 10여 년 전엔 낙동강이 너무 아름다워서 울었고, 요즘은 강의 신음소리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는 그다. 

운하백지화국민운동 공동대표, 한국 강 살리기 네트워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4대강 사업이 본격화되자 현장을 파고들어 문제점을 고발하고 강 살리기의 대안 제시에 전력했다. 이 과정에서 '엇갈리는 대화' '강은 흘러야 한다'라는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이들 책에는 그의 활동 궤적과 강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4대강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이달 초 그는 또 한 권의 책을 들고 나타났다.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 지원으로 발간된 '부산 낙동강 60리- 낙동강을 등에 업고 태평양을 품는다'는 제목의 단행본이다.

"부산권 낙동강은 양산천 합수부부터 하굿둑까지 약 24㎞ 60리에 불과하지만, 낙동강 1300리 물길의 최종 집수역으로 큰 포용력과 역사성, 책임을 가져야 할 곳입니다."

김 대표는 "부산 낙동강에 어떤 공동체적 가치와 비전이 있느냐"고 물은 뒤, "강원도 태백의 삼수문화(낙동강, 한강, 오십천의 발원지 문화)와 같은 부산의 대하(大河)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부산의 북·사상·사하·강서구에서 함께 공유하고 지키는 튼튼한 대하문화가 있었다면 정부가 저렇게 막무가내로 강을 파헤치진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