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중앙공원이 들어서는 부산 전포동 일대의 철거지에 잡풀이 무성하다. 가운데 건물 일부는 옛 헌병대 막사로 이곳에 양정라이온스공원이 조성된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총사업비 1605억원 중 순수조성비 250억…절반 크기 광화문엔 360억 투입과 대조
- 선컨광장·하늘전망대예산 아직 결정못해
- 전문가 "돈맞추기식 안돼… 백년대계봐야"

영국 런던에 트라팔가 광장, 미국 워싱턴에 내셔널몰이 있다면, 서울에는 광화문광장이 있다. 세계 주요 도시에는 랜드마크 성격의 상징 가로 또는 광장이 있다. 부산에도 그런 게 하나 만들어진다. 부산중앙광장(가칭·이하 중앙광장)이다. 부산진구 부전동 삼전교차로~양정동 송공삼거리 구간 중앙로에 들어서며, 규모(길이 700m, 폭 45~70m)로 볼 때 서울 광화문광장보다 크다. 중앙광장이 갖는 도시계획적, 상징적 의미를 가볍게 볼 수 없다. 하지만 추진 과정과 실시설계 내용을 보면, 문제점이 한 두가지 아니다.

■40년 도시계획…졸속 우려

8일 찾아가 본 부산진구 부전동~양정동 일대의 부산중앙광장 조성 예정지는 대규모 재개발 현장 같았다. 중앙로를 중심으로 양정동과 전포동 쪽 도로변 건물들은 상당 부분이 이미 철거되었거나 철거가 진행 중이었다. 전포동의 동아제약 부산공장 3층짜리 건물도 편입지에 포함된 탓에 비어 있었다.

양정라이온스공원이 들어서는 부산진구 전포동 옛 헌병대 부지(면적 9252㎡)엔 미처 철거되지 않은 군용막사 몇 개가 남아 황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정라이온스공원은 2012년 제95차 라이온스 부산 세계대회(200개국 4만여 명 참가)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지며 사업비 65억 원 중 18억 원을 부산라이온스 측이 부담키로 돼 있다. 앞으로 조성될 중앙광장과는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게 된다.

중앙광장은 1972년 처음 도시계획시설결정(도로·광장)이 된 이후, 94년부터 보상을 시작해 현재 막바지 실시설계를 하고 있다. 40년 전에 광장을 구상해 서서히 목표에 다가갔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의 개가란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실시설계에 드러난 조성 계획은 그간의 공력이 무색하게 총체적 전략 부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입지가 적당하지 않다고 꼬집는가 하면, 도로 확장에 따른 유휴공간이 생기자 부산시가 서울 광화문광장을 좇는 식으로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그동안 토지보상비만 985억 원이 투입됐고, 공모를 거쳐 실시설계가 진행되고 있어 입지는 되돌릴 수 없게 됐다. 남은 것은 어떤 내용(콘텐츠)으로 미래지향적 열린 광장을 만드느냐이다.

■민자 유치 '발등의 불'

중앙광장의 총사업비는 1605억 원(시비)이나, 토지보상비를 뺀 실제 사업비는 325억 원 정도다. 여기서 도로 확장(10만㎡) 비용과 설계비 및 감리비를 제하면 순수 광장 조성비는 250억 원 안팎이다. 중앙광장의 절반 규모인 서울 광화문광장 조성에 360억 원이 투입된 것을 보면 상대적으로 적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실시설계 용역을 맡은 (주)두인디앤씨 측은 중앙광장 내의 선컨광장을 연결하는 지하보행통로와 하늘전망대 사업은 민자 유치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컨(Sunken)이란 지하층에 채광이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주변보다 낮게 입체적으로 설정한 공간을 말한다.

선컨광장 및 지하보행통로 사업은 삼전교차로 쪽에 야외무대와 복층 형태의 서비스시설(카페테리아, 화장실)을 조성해 119m 떨어진 도시철도 부전역과 지하보행통로로 연결하는 것으로, 12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대 구실을 할 3층 규모의 하늘전망대 건설비는 40억~50억 원이 든다고 한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선컨광장과 하늘전망대는 중앙광장의 핵심 시설인 만큼 부산시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광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대 김승환(조경학과) 교수도 "부산시가 중요한 광장을 조성하면서 사업비에 맞춰 적당하게 추진할 게 아니라, 부산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그림을 그리고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유주열 도로계획담당관은 "사업비가 크게 늘어나는 문제라서 민자로 할지, 시 예산으로 할지 다각도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앙광장은 부산 재창조와 미래의 길을 여는 중대한 사업인만큼 지금처럼 도로계획과에 맡겨둘 게 아니라, 창조도시본부 또는 기획 파트에서 맡아 유기적 사업 추진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추진 경위 및 향후 계획

-1972년 도시계획시설 결정(도로·광장)

-1994. 1 전포로~하마정 간 도로확장을 위한 보상 추진(2010년까지 985억 원 투자)

-2009. 10 광장 조성에 대한 시민여론조사

-2010. 5. 설계 현상공모 공고

-2010. 8. 현상공모 심사(당선작 부경종합기술단 외 2개사의 '흐름과 소통 그리고 미래광장')

-2010. 10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계약 및 착수(설계비 등 15억 원)

-2011. 7 부산시의회 시민공청회 개최

-2011. 11 기본 및 실시설계 1차 완료

-2012. 12. 잔여구간 보상 시행

-2013. 12 광장 조성 완료(예정)


# 송상현 동상, 광장과 분리… 상징될 '역사 콘텐츠' 홀대

- 거제쪽으로 8m가량 이동… 광장 사이에 도로
- "부산의 수호신, 이순신처럼 중심부에 세워야"

양정 송공삼거리에 세워져 있는 송상현 동상. 부산중앙광장과 분리되어 논란을 낳고 있다. 김동하 기자

부산중앙광장(이하 중앙광장) 조성 부지인 송공삼거리에는 임진왜란 때 나라를 지키다 순절한 동래부사 송상현의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도로에 둘러싸여 그동안 존재감이 미약했던 송상현 동상이 이번 실시설계 과정에서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실시설계 상에 동상이 중앙광장과 분리되고, 그마저 거제동 쪽으로 8~10m 가량 옮겨지기 때문. 동상과 광장 사이에 도로(차도)가 들어선다는 뜻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현상공모에서 당선된 부경종합기술단 등 3개 사의 '흐름과 소통 그리고 미래광장' 설계안에서 후퇴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계에선 "중앙광장의 역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홀대한다"면서 "광화문광장의 이순신처럼 중심부에 세워도 좋을 인물"이라고 말한다.

부산시는 임진왜란 때 왜적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송상현 동래 부사, 정발 부산진 첨사, 윤흥신 다대포 첨사를 기리는 동상과 석상을 1978년 3.1절에 간선도로인 중앙로변에 세웠다. 송상현 동상의 제자(題字)는 박정희 전 대통령, 건립문은 김정한(작가), 글씨는 오제봉(서예가) 선생이 각각 썼다. 당시로선 국가적 사업이었다. 부산시 시사편찰실 홍연진 상임위원은 "송상현 부사는 동래읍성 전투에서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며 장렬히 전사한 부산의 수호신이자 저항정신의 상징적 존재"라고 했다.

송상현 동상이 서 있는 자리는 옛날 모너머 고개로 불린 곳이다. 100년 전만 해도 고개가 높고 산림이 울창해 부산(동래)의 안팎을 나누는 경계로 인식됐다. 도적이 들끓어 '못넘는 고개'라는 뜻에서 유래한다는 설도 있다. 향토사학자 최해군 씨는 "당시 양반이 사는 동래와 천민이 사는 갯가를 구분해 '못 넘어 가는 고개'라는 뜻에서 그리 이름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인이 동래로 넘어올 수 없다는 뜻에서 '모너머 고개'라 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김무조 경성대 명예교수는 "부산 정신의 안팎, 즉 양면성을 나누는 땅의 경계가 모너머 고개다"라며 "이 고개는 부산정신의 날줄과 씨줄이 교차하는 상징의 터로도 해석된다"고 말했다. 고개 안은 선비정신, 밖은 저항성 개척성 개방성을 상징한다는 것. 이 점에서 모너머 고개의 상징성은 광장이 지향하는 소통, 경계 허물기와 맥을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