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극단 '눈동자'가 9일 청소년들의 꿈에 관한 연극 '자몽'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열중하고 있다. 이 연극은 오는 13일부터 사흘간 부산용두산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공연·예술교육·공동체 활동하는 부산 문화분야 사회적기업 1호
- 일반 시민의 연극 창작 지원하고 탈학교 청소년 단원으로 뽑기도
- 외국인 많이 찾는 용두산 인근서 '난타' 유사 리듬극 '아라리' 계획

"부산에서 연극을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10명 중 1명도 안될 것 같습니다."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공원 근처에서 용두산소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나다문화사업단'의 정윤식(52) 사무국장이 한 말이다.

나다문화사업단은 연극을 비롯한 공연사업, 문화예술교육, 지역문화공동체 활동을 주로 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9년 4월 고용노동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돼 다음 해 10월 '예비'를 떼고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부산지역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 1호였다. 지난해 11월에는 목욕탕이었던 건물 1층을 리모델링해 객석 95석 규모의 전용 소극장인 용두산소극장을 개관했다.

나다문화사업단은 '삶의 곳곳에 문화가 꽃피는 사회, 소외 없는 우리 모두의 문화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연극배우 등 예술가들에게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연극과 같은 문화를 쉽게 접하지 못하는 시민들에게는 친근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미이다.

■'팔리는' 문화상품 만들어 사회 공헌

나다문화사업단(나다)은 '배고픈' 문화예술 시장에서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회적기업이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지역공동체에서 지속적으로 의미있는 활동을 하려면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다는 지난해 11월 용두산소극장에서 아동극 '오즈의 마법사'와 연극 '빨간 피터의 고백'을 오전·오후 배치해 동시에 무대에 올렸다. 두 작품에는 같은 공연자들이 참가했다. 단원들이 두 가지 공연을 동시에 소화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나다는 시민들이 쉽게 연극을 관람하거나, 직접 연극에 참여할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0여 개 학교와 단체로 계약을 맺어 교육연극을 선보이기도 하고 이번 상반기에는 질서캠페인 '함께 만드는 세상'을 공연했다. 전문인력을 십분 활용해 '스토리텔링' 강좌도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연극 대본으로 만드는 수업이다. 나다는 앞으로 시민들이 수집하고 정리한 부산의 이야깃거리로 시민들이 공연자로 직접 참여한 연극을 만들어 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수익성에 신경을 쓴 덕분에 지난해부터 2년째 고용노동부 인건비 지원이 끊겼지만, 나다는 살아남았다. 정 사무국장은 "지난해 9000만 원 정도 매출을 올렸지만 수지타산을 겨우 맞춘 정도다"며 "인건비 지원이 끊긴 뒤 20명이었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다. 올해 탈학교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다시 20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탈학교 청소년들로 '예술단' 계획

최근 나다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탈학교 청소년들을 모아 극단을 만들어 공연하는 것이다. 얼마 전 12~20세 사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을 부산문화예술자유학교 '반'의 예술단원으로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

오는 9월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문화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난타와 비슷한 리듬극 '아라리'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한 해에 외국인 40만 명이 부산을 찾고, 특히 나다가 위치한 용두산공원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쳐가는 필수 관광코스이지만 변변한 문화 상품이 없다는 생각에서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대사는 최대한 줄일 계획이다. 정 사무국장은 "난타로 유명해진 정동극장처럼 '아라리'를 통해 용두산소극장이 부산의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 정윤식 사무국장

- "서울서 온 단체가 부산의 축제 주도, 지역업체가 역할 맡는 제도 도입을"

"정부가 인건비 지원보다 의무·할당구매제도를 도입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9일 오후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소극장에서 만난 나다문화사업단(나다) 정윤식(52·사진) 사무국장은 정부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을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기업에 따라 인건비 지원이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정 사무국장은 "지난해 인건비 지원 연장 신청을 하지 않았다. 인건비 지원을 받으면 당장 사업단 운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문화예술인 직원 16명을 줄였지만 매출은 전과 같다. 그만큼 생산성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인건비 지원을 받으면 필요하지 않은 인력이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도 고용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털어놨다.

정 사무국장은 정부가 물품을 조달할 때 사회적기업의 물품을 일정 부분 사들이는 방법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 사무국장은 "부산은 관광도시라 축제가 많다. 벡스코에서는 1년 내내 각종 행사가 끊이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대부분 축제와 행사는 서울에서 온 단체가 주도한다. 부산시나 구·군이 축제를 기획할 때 부산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적기업에 작은 역할이라도 맡긴다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은 나다에서 기획 행정 총무 등 살림살이를 맡고 있다.


# 박병철 용두산소극장장

- "소외층 찾아가거나 초대해 운영, 안정적 수익으로 나눔 지속 기대"

"사회적기업에 소속된 뒤부터 보다 넓은 관객층을 염두에 두게 됐습니다."

1986년 가마골소극장 1기로 등장한 뒤 부산지역 대표적인 마임배우로 활동한 박병철(42·사진) 씨는 지난해부터 나다문화사업단(나다)에서 용두산소극장장 역할을 맡고 있다. 처음에는 나다 소속 배우들을 트레이닝하고 작품을 연구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지난해 11월 용두산소극장이 개관하면서 극장장이 됐다. 외부에 극장을 대관하거나 음향·무대를 손보는 등 극장에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한다.

박 극장장은 사회적기업인 나다와 일반 극단의 차이점으로 '관객층'을 꼽았다. 일반 극단은 공연을 보러오는 한정된 관객이 타깃이지만, 사회적기업인 나다는 사회의 소외계층을 찾아가거나 극장에 초대해 연극을 보여주기 때문에 관객층이 훨씬 넓다는 것이다.

박 극장장은 요즘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적인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나다가 기획하는 공연 준비에 분주하다. 박 극장장은 "일본·중국인 등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한국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용두산공원 아래에 극장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박 극장장은 "일반 극단도 경제적으로 늘 어려움을 겪지만 나다도 문화사업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니 힘이 든다"며 "향후 나다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어 좋은 공연을 보다 많은 공동체와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