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중앙광장과 동해선의 부전역은 불과 200~300m 정도 떨어져 있지만 연계 방안이 허술하다. 부전역 일대에는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곽재훈 기자

- 횡단보도·보행 육교 아니면 접근 어렵게 설계안 수립
- 라이온스공원앞 지하차도화…부전역과 지하보도 연결 땐 접근 쉽고 광장도 추가 확보
- 낙후된 인근의 부전·전포동, 광장과 연계한 재개발 필요
- 부산시민공원 등 연결하는 지상 모노레일 설치안 등 보다 큰 그림 주문 목소리도

부산중앙광장(가칭·이하 중앙광장)은 도로 한복판에 조성된다. 사방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안전성, 접근성이 확보가 필수 요건이다. 주변과의 연계성 또한 중요하다. 중앙대로 상의 서면과 시청, 부전역(동해선), 인접하다시피 한 양정라이온스공원 및 부산시민공원과 보행로 등으로 연계되지 않을 경우, 자칫 '거대한 중앙분리대'나 '차량에 포위된 섬'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시설계 과정을 들여다보면 주변과의 유기적인 연계는 고사하고, 현실적으로 필요한 보행통로와 지하차도 등을 확보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엄청난 추가 사업비가 요구되는데도, 부산시의 대안 마련 의지는 약하기 때문이다.

■접근성 위한 도로 지하화 논란

광장의 1차 조건은 열림이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의 조성계획을 보면 중앙광장이 도로에 둘러싸여 횡단보도와 보행 육교가 아니면 접근이 어렵다. 박석동(부산진1) 부산시의원은 "중앙광장과 인접한 양정라이온스공원은 중앙도로를 지하차도로 만들어 지상 연결이 되지 않으면 양쪽 모두 효용이 떨어진다"면서 "미국 보스턴 시가 도심 차도를 지하화해 공간혁명을 이룬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 부분의 지하화가 쟁점이 됐다.

이곳의 지하화는 현실성이 있을까? 물리적으로는 가능하다고 한다. 도시철도 1호선 상부와 육상까지 높이가 11m인데, 지하차도를 6.5m 높이로 뚫어도 위 아래 2m씩의 여유공간이 생긴다. 다만 도시철도는 보강이 필요하다. 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와 실시설계를 맡고 있는 (주)두인디엔씨 측의 내부 검토에 따르면, 양정라이온스공원 앞 전포동 쪽에 지하차도 설치할 경우 중앙광장 면적이 6877㎡ 늘어나고 보행 환경도 크게 개선된다. 그러나 차도 밑으로 다니는 도시철도 보강공사비 60억 원을 포함해 26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송상현 동상이 있는 쪽의 도로를 함께 지하화할 경우엔 총 54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부산시는 투입 비용에 비해 교통소통 개선효과가 미미하고, 도시철도 구조물 보강에 따른 중앙광장 공기지연 등을 이유로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부전역~광장 지하로가 더 긴요"

접근성을 높이는 또 한가지 대안은 도시철도 부전역과 중앙광장을 연결하는 지하보행통로이다. 길이 119m, 폭 12m(보행통로 6m, 지하상가 6m)의 지하통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20억 원. 이 부분이 뚫리면 서면~도시철도 부전역~중앙광장이 모두 연결되고 부전역 일대의 상권도 활성화될 수 있다. 실시설계 업체 측에서도 이 부분만은 민자를 유치해서라도 반드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하통로와 광장이 만나는 지점에 선컨광장(다목적 문화공간)을 만들게 되면 서면 쪽에 오는 젊은층을 유치하는 전략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은 부산시에 넘어가 있다. 부산시 유주열 도로계획담당관은 "민자 유치 방안이 제시돼 있으나 시의 입장이 결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향후 부전역(동해선)에 복합환승센터가 들어설 것을 감안해 부전역~도시철도 부전역~중앙광장을 입체적으로 연결·소통시키는 전략이 강구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앙광장의 교통 문제와 관련, 시내버스와 승용차 주차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 동의대 신용은(도시공학) 교수는 "시민들이 시내버스를 타고 시민광장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광장 주위에 정류소를 많이 만들어야 하고, 자가용 승용차 이용자를 위한 주차장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변과 연계한 통합 개발을

광장은 안 못지않게 바깥도 중요하다. 주변 경관과 시설이 조화롭게 어울릴 때 명품 광장이 탄생한다. 부산대 박재환(사회학) 명예교수는 "프랑스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등을 가 보면 독특한 광장문화가 있다"면서 "공연이나 집회를 하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노천 카페에서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담소하는 풍경이 되려면 광장 주변 시설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광장 인근 부산진구 부전동 전포동은 낙후지역으로 재개발 예정지이다. 이 때문에 광장과 주변 지역을 연계 개발하지 않으면 난개발에 따른 부조화가 나타날 수 있다. 경성대 강동진(도시공학) 교수는 "광장 밖의 주변 건물에 대해 지구단위계획과 가로경관계획을 함께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서면~부전시장~부전역 복합환승센터~부산시민공원~부산국립국악원~양정라이온스공원~부산시청을 연계해 큰 틀에서 통합개발해야 한다는 것. 부산발전연구원 강성권 연구지원실장은 "중앙광장의 송상현 동상과 모너머 고개, 근·현대 100년의 치욕과 아픔을 간직한 부산시민공원, 사람 냄새가 나는 부전시장, 라이온스 회원들의 헌금으로 조성되는 양정라이온스공원, 행정타운이 돼 있는 부산시청 등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으면 훌륭한 관광코스가 된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또 "시드니 등 관광명소에 가면 볼 수 있듯이, 부산중앙광장~부전역 복합환승센터~부산시민공원~어린이대공원~아시아드 주경기장~연산로터리~부산시청을 잇는 지상 모노레일 설치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상상력을 넓히고 아이디어를 더하면 중앙광장은 도로 속의 단순한 광장이 아니라, 부산 도심 재생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


# "옛 미군 수송철로, 도심 산책로 전환을"

- 하야리아까지 물자 나르던 우암선 자취 아직도 남아
- 부산시민공원과 연결하고 스토리텔링 소재 활용 제격

옛날 우암선이 지나던 부산 범전동의 소로. 이 길을 살려 부산중앙광장과 부산시민공원을 잇는 도심 산책로로 만들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수현 기자

새로 조성될 부산중앙광장(가칭)의 평면계획도를 보면, 광장 중간쯤에 '우암선 스테이션'이라는 표시가 보인다. 옛 우암선이 지나던 길목에 가상 역사(驛舍)를 만들어 관광자원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시다.

우암선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물자 양륙을 위해 1951년 8월에 건설됐다. 당초에는 동해선의 부전역을 기점으로 문현선이라 불리던 부산진역의 지선 상에 위치한 남구 우암역을 연결(총 5.8km)하는 노선이었다. 초기엔 미군의 군용물자를 하야리아까지 수송하는 기능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후 1984년 1월 수송 애로 및 도시화에 따라 부전역에서 출발하여 전포로를 따라가는 선로는 폐선됐다. 전포로를 따라가는 구간도 도시철도 2호선 공사때 사라졌다. 하지만 범전동과 전포동에는 옛 우암선의 자취를 말해주는 지명과 함께 소로가 남아 있다.

11일 본지 취재팀이 현장을 확인해 본 결과, 우암선이 지나던 소로는 중앙대로(중앙광장 예정지) 육교를 따라 범전동 부산시민공원(하야리아) 후문까지 곧장 이어져 있었다. 동선을 잡아보면, 전포동 112번길에서 육교를 건너 범전동 32번길을 따라 동해선 횡단교~범전동 진산 경로당~범전치안센터까지 약 300m 이다. 범전치안센터 바로 옆이 부산시민공원 담벼락이다. 걷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10분 남짓.

중앙광장과 부산시민공원을 오가는 걷는 길로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우암선이 갖는 역사성과 추억을 살려 부산시민공원과 연결시킬 경우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제격이다.

지난달 27일 부산시의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우암선 옛길을 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앙광장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 중인 두인디앤씨 차욱진 대표는 "부산시민공원을 도보로 연결하는 데 이만큼 운치있는 길이 또 없다"면서 "다른 용도로 개발되기 전에 부산시에서 지구단위 보존 계획을 세워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