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수도 600년 역사 녹여 주말 2만~3만명 찾는 명소로
- 구상→개장까지 15년 소요, 전문가·대학생 등 의견 수렴
- 도시철도로 접근 가능 불구, 市는 연계성 개선안 연구중

지난 11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광장의 전경. 서울시가 2009년 8월 개장한 이 광장은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이 서 있는 등 서울 600년의 역사가 녹아있는 공간이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지하와 연결된 중앙광장을 통해 지상으로 나오자 세종대왕 동상, 광화문, 북악산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세종대왕 동상 뒤로 펼쳐진 광화문과 북악산 전경은 마치 멀리 떨어져 있는 그림 한 폭을 보는 것 같았다.

30도가량의 무더위 탓인지 그늘 한점 없는 광장은 대체로 한산했다. 그럼에도 이순신 장군 동상 앞 분수대 주변에는 더위를 식히려 뛰어든 아이들로 북적였다.

■조성 목적 및 역사성 뚜렷

광화문광장은 전 국민적 관심 속에 2009년 8월 1일 개장했다. 조성된 자리는 광화문에서 세종로 사거리와 청계광장으로 이어지는 세종로 중앙. 규모는 길이 555m, 너비 34m 로 부산중앙광장(가칭)보다 작다. 광장을 만들면서 광화문 앞 세종로는 왕복 16차선에서 왕복 10차선으로 축소됐다. 다만, 대규모 행사 때는 도로를 통제해 너비 100m까지 활용한다. 도로 한가운데 자리잡은 탓에 개장 초기엔 '닫힌 광장'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요즘은 주말이면 2만~3만 명이 찾아 올 정도로 명소가 됐다.

광화문광장이 들어선 세종로는 서울 600년 역사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공간이다. 세종로는 조선시대의 '육조거리'에 해당하며 조선 개국 때 정도전에 의해 조성,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광장에는 세종대왕·이순신 장군 동상, 해태상이 서 있고, 서울의 역사를 바닥에 새겼다. 광장을 만든 목적이 분명하고, 도시의 역사와 연계한 스토링텔링 또한 풍성한 편이다.

■다양한 여론 수렴

광화문광장 조성공사는 1년 남짓 걸렸지만 구상부터 개장까지는 무려 15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사업은 1994년 서울시가 '서울상징거리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2006년 문화재청의 '경복궁·광화문 제모습 찾기' 사업과 연계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서울시는 광장 설계에 들어가기 전 광장 형태에 대한 3개 대안(중앙, 양쪽, 편측)을 만들어 3개월 동안 전문가·시민 여론 수렴에 나섰다. 도시철도 역과 시내버스, 대형 전광판, 인터넷을 통해 홍보했고 전문가·대학생을 상대로 의견을 수렴했다. 누구의 동상을 어디에, 어떻게 세울 지를 놓고 많은 토론이 진행됐다.

이와 달리 부산중앙광장은 역사성·상징성 확보를 위한 토론이나 논의가 거의 없었고, 시민 의견수렴 또한 소홀하다.

■단계적 접근, 사업 확대 계획도

서울시는 현재의 도로 중앙형 광장을 '1단계 사업'으로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세종로 일대의 교통여건이 좋아지면 세종문화회관 방향으로 광장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그래야 옛 육조거리를 모두 회복할 수 있고, 보행로와 연결돼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광장을 조성하면서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접근성'이다. 광화문광장은 양쪽 횡단보도 각각 3개(총 6개)와 도시철도 5호선 광화문역을 통해 접근할 수 있도록 돼 있는 데도 서울시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조성 과정과 형식을 보면, 부산중앙광장은 광화문광장을 거의 빼닮고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시민의견 수렴이나 접근성 개선 등은 예산을 핑계로 '부산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이다.


# 광화문광장 운영·관리 서울시 이용심 팀장

- "경관과 주변시설이 광장과 조화돼야"

"부산의 중앙광장이 조성되는 곳이 어디입니까?"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만난 이용심(사진) 서울시 균형발전추진과 균형발전1축 팀장은 부산 지도를 꺼내 중앙광장이 들어설 위치부터 물어봤다.

이 팀장은 지난 2006년부터 광화문광장 기획에 참여해 지금까지 광화문광장의 운영·관리를 맡고 있다.

그는 "얼마 전 영국 BBC 기자가 광화문광장에 취재 와서 이곳 경관을 보고는 '아~'하고 감탄을 하더라"고 소개하고는 "광장이 제 기능을 하려면 개방적인 공간에 어울리는 경관과 주변 시설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안전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광장이 광화문광장처럼 도로 중앙에 배치된다면 시민들의 안전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면서 "개장 직전 택시가 광장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일어나 당초 계획에는 없었지만 식재 화분을 광장 가장자리에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여론 수렴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가장 신경을 쓴 것이 시민 여론 수렴이었다"면서 "이를 소홀히 하면 '누구의 치적 쌓기'가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복원 논의 시작되는 부산탑

- 시민의 사랑 한몸에 받던 대표 상징물
- 철거 이후 청동상·비석만 남아

부산 하면 서면로터리 '부산탑'을 떠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서면로터리는 지금처럼 교차로가 아니라 말 그대로 돌아가는 로터리였다. 부산시 시사편찬실 홍연진 상임위원은 "부산탑이 있던 시절만 해도 부산의 모든 길은 서면을 통하게 돼 있었다"면서 "초보 운전자들은 서면로터리를 빠져나가지 못해 서너 바퀴씩 뱅글뱅글 돌았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탑은 1963년 1월 부산의 직할시 승격 기념으로 세워져 1981년 지하철 공사로 철거되기까지 약 18년간 부산시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탑은 높이가 23m로 우람했고, 탑 중간에는 자유의 횃불을 든 남녀 청동상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전차가 아래로 지나는 아치형 탑과 탑 상부의 오륙도는 한동안 부산의 상징물이 되었다.

당시 부산시의 각종 간행물 표지나 포스터는 물론 가정집 대문, 학생들의 모표에까지 부산탑이 등장했다. 이 탑은 평양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4후퇴 때 월남한 박칠성 씨가 제작했다. 부산탑 철거 후 탑신은 어디론가 사라졌고, 남녀 청동상과 비석만 간신히 남아 부산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설치되어 있다.

가난한 부산이 도약을 꿈꾸던 시절, 부산탑은 부산의 자존심이자 등대 같은 존재였다. 지금 조성되는 부산중앙광장이 이 탑을 주목해야 할 이유도 이런 것이다. 직할시 승격 50주년인 2013년 광장이 함께 완공되니, 이 참에 부산탑을 복원한다면 절묘한 해후가 될듯 하다. 박창희 기자 chpark@kookje.co.kr


# 외국의 광장 조성사례

- 美 워싱턴 내셔널몰 '민의의 집결지' 역할

외국의 매력적인 도시에는 도심 상징광장이 있다. 영국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미국 워싱턴의 내셔널몰 광장, 체코 프라하의 바츨라프 광장, 프랑스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 중국 베이징의 천안문 광장 등이 그렇다. 이들 광장은 그 도시만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도시의 얼굴인 셈이다.

트라팔가 광장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옆길에서 시작해 트라팔가 광장에 이르는 1㎞의 길이다. 이 거리가 화이트홀이다. 런던시민들은 국가적 경사가 있을 때 화이트홀 거리에 운집한다. 최종 목적지는 트라팔가 광장이다.

트라팔가는 이베리아반도 끝에 있는 곶이다. 1805년 넬슨 제독이 함대를 이끌고 트라팔가 곶에서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연합함대와 싸워 승리했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 한복판에 자리잡은 내셔널몰(사진)은 국회의사당에서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지는 시민을 위한 휴식·문화공간이자 역사의 산교육장이다. 특히 양쪽에 미역사박물관, 항공우주박물관, 자연사박물관, 홀로코스트기념박물관, 예술산업관 등이 즐비해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한국전쟁기념관도 있다. 2009년 1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곳이다. 앞서 1963년 미국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이 광장에서 '나에게 꿈이 있습니다'라는 인종차별 철폐를 요구하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민의의 집결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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