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해피맘케어의 산후조리사 비암바 바타(왼쪽) 씨가 몽골 출신 산모의 아기를 돌보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이주 여성에 2주 무료 봉사, 다음 2주는 가격 50% 할인
- 한국인 저소득·차상위층엔 20~30%까지 할인 혜택
- 유축기 등 무료대여도 호응

"아이와 산모 모두 행복한 세상을 꿈꿉니다."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있는 (사)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의 '해피맘케어'는 출장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008년 3월 처음 문을 연 이곳은 그동안의 사업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해피맘케어는 당초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언어와 문화가 달라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 산모들에게 '친정엄마'와 같은 도우미를 파견해 도움을 준다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베트남 출신 산모에게 베트남 산후조리사를, 캄보디아 산모에게는 캄보디아 조리사를 파견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설립 초기 15명의 산후조리사는 모두 이주여성들이었고,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으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하지만 현재 해피맘케어에는 몽골 출신 산후조리사 1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직원 모두는 한국인으로 바뀌었다. 산모는 이주여성 산후조리사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나 남편이나 시부모들이 이주여성 산후조리사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출장산후조리 서비스는 산모를 돌봐주는 것은 물론 산모 대신 남편의 식사도 챙기고 빨래와 청소 등 집안일을 도와야 하는데 이주여성 산후조리사가 산모의 남편이나 시부모와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들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사가 한국인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해피맘케어의 본래 목적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재 출장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 대부분이 이주여성 산모들로, 이들의 경우 산후조리 서비스는 2주 동안 무료로 해주고 2주간 추가로 서비스를 받으면 정상가격의 50%만 받고 있다. 한국인 산모에 대해서도 저소득층은 30%, 차상위계층은 20% 할인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상가격 역시 시중가보다 15%가량 낮아 실제 이주여성 산모는 거의 무료로 산후조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해피맘케어는 산후조리 서비스뿐 아니라 원적외선 치료기와 좌욕기, 산모방석, 전통식 유축기 등의 산후조리 용품도 무료로 대여해 주고 있어 이주여성은 물론 저소득층 산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피맘케어는 이처럼 많은 혜택을 산모들에게 제공하고 있지만 겨우 수지타산을 맞추는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인건비가 없으면 운영 자체가 어렵다. 여느 사회적기업과 마찬가지로 사회적기업 인증 후 2년 동안만 인건비 지원이 이뤄지는 탓에 내년 7월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자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해피맘케어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아기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한다는 방침이지만 이 역시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 기업체 등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서경 (사)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 상임이사는 "기업체에서 기저귀나 분유 등 아기용품을 지원해주고 정부는 사회적기업에서 생산한 물자를 우선 조달하는 의무할당구매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나 기업체의 도움이 있다면 본래의 설립 취지대로 더욱 많은 이주여성을 고용해 보다 편안한 산후조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서경 상임이사

- "다문화 가정 보는 시선 성숙해져야"
- 남편의 폭력 못견뎌 집나온 캄보디아 여성 도운일 계기,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 착수

사회적기업 '해피맘케어'를 탄생시킨 (사)삼산거주외국인지원협회 김서경(45·사진) 상임이사는 다문화가정 사이에서는 이미 유명인사 가운데 한명이다.

임대업을 하며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던 김 이사는 6년 전 사회사업을 하는 친구가 데려온 이주여성을 만난 뒤 다문화가정 지원사업에 뛰어들게 됐다. 당시 친구가 데려온 캄보디아 여성은 결혼한 지 사흘 만에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왔고, 김 씨는 여성에게 머물 곳을 마련해준 것은 물론 이혼 수속을 대신해 주며 캄보디아로 돌려보냈다. 이 같은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남편으로부터 도망쳐 나온 이주여성들이 김 씨를 찾게 됐고, 그는 사비를 털어 허름한 여관을 구입해 이주여성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었다. 그러던 중 이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사회적기업 설립으로 이어졌다.

김 이사에게 해피맘케어는 첫 번째 '작품'이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글로벌빌리지 내에서 운영 중인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을 설립한 이도 김 이사다.

김 이사는 "이주여성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려고 시작한 사업들이 초기에는 세간의 주목도 많이 받고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지만 아직까지 사회적기업과 다문화가정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성숙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과 인연을 맺어온 그는 힘든 일도 많지만 보람된 일이 더 많다고 했다. 그는 "직원 중 한국으로 시집와 아이 셋을 낳은 베트남 여성이 있었는데 남편이 갑자기 암으로 사망하면서 자식들을 모두 베트남으로 보낸 뒤 자신만 한국에서 돈을 벌었다"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한 방송국에 전해 전세자금을 지원받아 베트남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또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주여성 전문 적응 교육기관 설립이 그것이다. 그는 "다문화가정의 불화 원인 대부분은 문화적 차이 때문"이라며 "이주여성들이 한국 문화에 빨리 적응하고 동화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 산후조리사 비암바 바타 씨

- "나와 같은 이주 여성들 도와 보람"

"같은 이주여성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습니다."

사회적기업 '해피맘케어'의 직원 15명 가운데 유일한 이주여성 산후조리사인 비암바 바타(36·몽골)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이주여성을 돕고, 일자리까지 생겨서 무척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2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한 바타 씨는 7살과 9살난 딸 둘을 두고 있으며, 지난 1월 한국 국적을 따고 '김소연'이라는 한국 이름도 갖게 됐다. 바타 씨는 아이들을 출산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시부모님이 많은 도움을 줬지만 친정 어머니의 공백을 모두 메울 수는 없었다. 그는 "산후조리 방법 등이 한국과 몽골이 달라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 이주여성 대부분이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바타 씨는 이주여성 산모들을 정성스럽게 돌보고 있고, 산모는 물론 산모 남편과 시부모님에게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이로 인해 이주여성 산모뿐 아니라 한국인 산모들도 바타 씨를 찾고 있을 정도다. 그는 "일을 시작하면서 자기계발도 할 수 있고, 가족들 모두가 좋아한다"며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주여성을 돕고, 그곳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것이 훨씬 값지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 적응한 바타 씨이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은 부담스럽다고 한다. 그는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지만 외국인에게는 아직 많은 부분이 닫혀 있다"면서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외국인을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