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 주민이 부산 해운대구 중1동 주민센터 게시판에 부착된 해운대관광리조트 건립 사업 안내문(점선 부분)을 읽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건립 예정인 해운대관광리조트의 사업 승인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가운데 관할 해운대구청이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해운대구는 지난 10일 중1동주민센터 게시판 등 중1동 일대 10곳에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신청에 따른 주민의견수렴 안내문'이라는 공문을 부착했다. 이는 '해운대구 건축 인·허가 행정예고제 운영 규정'에 따른 것으로 리조트 사업 승인 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차원에서 시행된 것이다.

그러나 안내문은 A4용지 크기로 크지 않은 데다 부착 장소 대부분이 주민들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이어서 안내문에 대해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상태다. 취재진이 23일 중1동 주민센터 등 안내문 부착 장소에서 확인한 결과 안내문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안내문을 본 일부 주민들도 "무슨 내용인지 알아보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기에다 해운대구 전체의 교통문제 등에 영향을 미치는 관광리조트 사업과 관련해 건립 예정지인 중1동 주민들에게만 의견을 묻고 있으며, 공동주택(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등의 관리 주체 명의로 의견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어 형식적인 의견 수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해운대구의회 박욱영(진보신당) 의원은 "관광리조트가 들어설 경우 중1동뿐 아니라 해운대구 주민 모두가 교통대란 등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되는데 의견수렴 대상을 극도로 제한한 것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의 행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야당 구의원들은 부산도시공사와 민간사업자인 엘시티, 해운대구 측에 공청회 개최를 공식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 관계자는 "의견수렴제도는 법령에 규정돼 있지 않지만 건축공사 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예방하고 주민들에게 사업을 알리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면서 "행정예고제 규정상 사업지 인근 주민들에게 안내문 등을 통해 알리도록 돼 있어 중동 일대에 안내문을 부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